북미·북일관계 민감성 감안한듯…"종전, 비핵화 흥정물 아냐" 논평도 미게재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의 대내용 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유엔총회를 무대로 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각종 외교접촉을 보도하며 미국·일본과의 회동 사실만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노동신문은 이날 4면 하단에 '우리나라 외무상이 여러 나라 외무상들과 유엔의 고위인사들을 만났다'는 제목으로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행보를 다룬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리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간 중국 외교부장과 러시아·스위스·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스웨덴·베네수엘라·코트디부아르·알제리·쿠바·부룬디·노르웨이·브라질 등의 외교장관을 만났다며 상대 국명을 일일이 나열했다.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총재를 만난 사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담화들에서 리용호 동지는 현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발전의 흐름에 맞게 해당 나라들과의 쌍무관계를 발전시키며 유엔 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할 데 대한 문제들에 대하여 언급하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사는 리 외무상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각각 회동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미 외교장관의 회동은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회동 사실과 사진을 올리면서 공개됐다. 이후 미 국무부는 회동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10월 방북이 합의됐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북일 외교장관도 비공식적 접촉이 아니라 '자리에 앉아서' 20분간 회담을 했다고 고노 외무상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북미·북일 외교장관의 회동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북미·북일관계의 민감성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미의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비핵화와 상응 조치 교환을 놓고 양측이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폼페이오-리용호 회동도 그 중간단계 성격이어서 주민들에게 알릴 만큼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종전이 비핵화 조치와 맞바꿀 '흥정물'이 아니라며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이를 노동신문에는 게재하지 않았다.
북일관계도 이번 유엔에서의 접촉 등 물밑 움직임이 진행중이지만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사죄·배상 등 과거 청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이날 노동신문은 '일제의 총독정치는 전대미문의 극악한 파쇼 폭압통치'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은 과거청산을 바로 하지 않고서는 한시도 편안히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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