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잎 두꺼워져 CO2 흡수 줄면서 화석연료 두 배로 때는 셈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의 잎이 두꺼워지면서 광합성 효율이 떨어져 CO2 흡수량이 떨어지고 이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기후변화 모델은 식물의 CO2 흡수량이 줄어드는 변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 기후변화 예측을 새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대기과학·생물학 조교수인 애버게일 스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금세기 말 대기 중의 CO2 농도가 짙어지면서 식물의 잎도 두꺼워져 CO2 흡수량이 연간 5.8 페타그램(Pg)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글로벌 생물지구화학 순환(Global Biogeochemical Cycles)' 최신호에 실었다.
이는 약 639만t에 해당하는 것이다. 인간이 매년 화석연료를 이용하면서 내뿜는 CO2가 8 Pg, 약 880만t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식물의 CO2 흡수량 저하로 화석연료 사용량을 거의 배로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셈이다.
연구팀은 지구 기온이 현재 예측된 것보다 0.3~1.4도가량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스완 박사는 대기 중의 CO2 농도가 710ppm으로 늘어나는 것을 상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대기 중 CO2 농도는 410ppm이며 100년 안에 900ppm까지 오를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기 중 CO2 농도가 높을 때 나무나 밀을 비롯한 농작물, 지구상 광합성의 95%를 차지하는 C3형 탄소고정 방식 식물의 잎이 두꺼워지는 것은 앞선 연구를 통해 밝혀졌지만 그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잎은 약 3분의 1 가량 더 두꺼워질 수 있으며, 이는 잎의 면적과 질량의 비율을 변화시켜 광합성과 가스교환, 당분 저장, 증산작용 등에 영향을 주게 된다.
연구팀은 식물의 잎이 두꺼워지는 이유를 규명하는 것이 지구 기후변화에 식물의 생리작용이 미치는 작용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논문 제1저자 말라이스 코벤녹 연구원은 "CO2 농도가 높아져 식물의 잎이 두꺼워지는 것이 앞으로의 기후변화에 이처럼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미래의 기온을 예측하는 기후변화 모델에 식물의 생리와 반응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완 박사도 "식물은 환경조건이 달라지면 생리작용이 변화하는데 지금까지 누구도 이런 변화가 지구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인간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유기체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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