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통합 '아이콘' 伊시장, 불법난민 지원혐의로 체포돼 '논란'

입력 2018-10-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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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통합 '아이콘' 伊시장, 불법난민 지원혐의로 체포돼 '논란'
소도시 리아체의 루카노 시장, 경찰에 체포돼 가택연금
난민 강경정책 펼치는 伊포퓰리즘 정부의 '표적 수사' 의혹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난민들의 사회 통합에 앞장서 국내외적으로 주목받아온 이탈리아 소도시의 시장이 불법 난민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체포돼 논란이 일고 있다.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2일(현지시간) 도메니코 루카노(60) 리아체 시장을 체포해 가택 연금 조치를 내렸다.



리아체를 2002년부터 이끌어 온 루카노 시장은 수백 명의 아프리카 난민을 수용, 직업 훈련을 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이들을 지역 사회에 성공적으로 동화시킴으로써 원주민들이 떠나 버려지다시피 한 마을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칭송을 받아온 인물이다. 리아체는 이탈리아에서 빈곤이 가장 극심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칼라브리아 주에 자리해 있다.
난민에 대한 그의 이 같은 접근 방식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본보기가 된다는 평가 속에 그는 미국 잡지 '포천'이 2016년 선정한 세계 50대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유명세를 탔다.
리아체 사법당국은 루카노 시장이 가짜 결혼을 주선하고, 무자격 난민에게 체류증을 발급하는 등의 변칙적인 방법으로 불법 난민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도청 자료에 따르면 루카노 시장은 "멍청한 난민법의 허를 찌르는 범법자"로 자신을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쓰레기 수거 계약권을 정당한 입찰 절차 없이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 협동조합에 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내무부는 당초 그가 국가가 제공하는 난민 지원금을 유용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조사도 의뢰했으나 자금을 일목요연하게 쓰지는 않았어도 유용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무부는 지난 6월 출범 이래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수장을 맡고 있다.
그의 체포 소식에 이탈리아 정부의 반(反)난민 정책을 비판해온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난민에 대한 인도적 보호 축소, 난민 자격의 박탈 확대, 난민 송환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소위 '사회안전·이민 법안'을 최근 통과시킨 정부가 난민에 관대한 정책을 펼쳐 온 '눈엣가시' 루카노 시장을 표적 수사했다고 보고 있다.
마피아를 다룬 소설 '고모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루카노 시장의 행동은 '시민 불복종'에 해당한다"며 "그에게 죄가 있다면 오직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고, 그들을 환영한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사비아노는 "이 정부는 이탈리아를 민주 국가에서 전체주의 국가로 바꾸려는 첫 번째 걸음을 뗐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그러나 이런 의혹에 대해 "이번 일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봐서는 안된다"며 "그의 체포는 난민 지원 자금 운용에 있어서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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