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후 연락두절' 한국인 어머니, 외아들 찾아 방방곡곡 수소문
인니 대통령, 3일 숙소 호텔 붕괴현장 찾기로…구조작업 박차 기대
(팔루[인도네시아]=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덮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지역에서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 30대 남성의 어머니가 현지에서 직접 아들을 수소문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대회 참석차 팔루에 머물렀던 재인도네시아 한인 패러글라이딩 협회 관계자 A씨는 팔루 북쪽 80㎞ 지점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오후 6시 이후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진 발생 10여 분 전 외아들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는 A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에 입국했으나, 팔루 무티아라 SIS 알-주프리 공항의 민항기 운항이 중단돼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인도네시아군 수송기에 탈 수 있었지만, 기체 결함으로 거듭 회항하는 바람에 이틀이 지난 2일 아침에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재난 당국은 A씨가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팔루 시내 8층 호텔의 잔해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씨의 어머니도 팔루에 도착하자마자 문제의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에선 2일 하루 동안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현장 관계자는 "처음에는 잔해 아래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전과 통신두절의 혼란 속에 전달된 잘못된 정보들도 A씨 어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A씨의 어머니는 팔루 현지에서 한국인이 속옷 차림으로 호텔을 뛰쳐나오는 모습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소문 끝에 소문의 시작점을 찾았으나 와전된 이야기임을 확인했다.
모 미국계 매체 현지 지사는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지진 잔해에 발이 걸려 손을 다치는 바람에 현지에서 봉합시술을 받은 A씨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3일 현재 팔루 시내 병원들을 일일이 돌아보며 의식불명인 환자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
A씨 어머니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에게 "모르는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 않으냐. 구조현장에만 계속 있기보다는 나가서 움직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외아들 A씨가 10년 넘게 외국생활을 했지만 자주 귀국해 부모를 챙겼다면서 "올해 3∼4월에도 집에 왔고, 10월에도 귀국할 예정이었는데…"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이날 낮 A씨 등 50여 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호텔 붕괴 현장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현지에선 구조작업에 더욱 박차가 가해질 것이란 기대도 생기고 있다.
오는 5일에는 A씨 아버지도 팔루에 들어와 아내와 함께 아들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 동갈라 지역에서는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고, 약 20분 뒤 진앙과 80㎞ 거리인 팔루 지역에 최고 6m의 높은 쓰나미가 닥쳤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1천234명이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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