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국보 반구대암각화 보존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 울산 반구대포럼은 반구대암각화를 제작하는 선사인 모습을 유화로 표현한 기록화 '울주 반구대 암각도'를 찾았다고 3일 밝혔다.
반구대포럼은 300호 크기 대형 캔버스에 김창락(1924∼1989) 화백이 그린 울주 반구대 암각도를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그림은 대곡천과 거대한 수직암벽, 지붕 형태의 돌출 바위와 그 아래 너럭바위 등을 현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60여 명의 선사인이 바위에 그림을 새기고, 한편에서는 제의 의식을 행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표현됐다.
반구대포럼에 따르면 이 그림은 40년 전인 1978년에 생산된 '민족기록화'다.
민족기록화는 군사정부 시절인 1967년부터 1979년 사이 당시 정부가 당대 최고의 동서양 화가들을 위촉해 우리 민족 국난극복과 경제발전상을 그림으로 남기도록 한 것이다. 편당 제작비는 최고 350만∼450만원에 달하는데 이는 당시 서울에서 웬만한 집을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반구대포럼은 밝혔다.
반구대포럼은 반구대암각화가 국보로 지정(1995년)되기 훨씬 이전에 민족기록화 소재로 선정된 점이 다소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작품 소재는 국사편찬위원회 자문, 사학자로 구성된 고증위원회와 협의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978년 작인 이 그림 소재는 1973∼1974년에 결정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1971년 문명대 동국대 교수팀이 암각화를 발견한 지 불과 2∼3년 만이다.
당시 문화공보부가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주문하는 등 암각화 보존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 소재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반구대포럼은 추측했다.
이달희 반구대포럼 상임대표는 "이번에 발견한 그림은 반구대암각화가 선사인들이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면서 바위 그림을 새기고 제를 올리던 성소(聖所)임을 잘 보여준다"면서 "40년 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안타깝지만,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협의해 그림을 울산에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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