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말 카쇼기, 혼인신고 서류 받으러 들어간 후 연락 두절"
터키 대통령 대변인 "총영사관에 아직 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왕세자를 비롯해 왕실과 정권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사우디 언론인이 이스탄불에 있는 총영사관에 서류를 받으러 간 후 실종 상태다.
터키 대통령 대변인 이브라힘 칼른은 3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취재진에 "우리 정보에 따르면 사우디 국적의 그 인사는 아직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 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 인사'는 사우디 국적 언론 자말 카쇼그기를 가리킨다.
사우디 일간 알와탄의 편집국장을 지낸 카쇼기는 사우디 주도의 예멘 공습과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단행한 '숙청' 등 정권과 왕실의 강압을 직접 비판하는 글을 워싱턴포스트 등 국내외 매체에 실었다.
그는 또 사우디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분류한 무슬림형제단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
그의 터키인 약혼자 하티제는 카쇼기가 이달 2일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수령하러 영사관에 갔으며, 그날 오후 1시부터 연락이 끊겼다고 취재진에 설명했다.
약혼자는 3일 아침부터 사우디 총영사관 바리케이드 밖에서 종일 그를 기다렸다.
하티제는 "자말이 어디에 있는 것이냐"며 "그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총영사관 밖으로 나오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우디 총영사관 내부는 터키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공간이다.
칼른 대변인은 터키 정부가 사우디 측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외교부와 경찰이 이번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양국 관계에 비춰 터키 정부의 개입이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크지 않다.
터키는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지만, 일련의 중동 문제를 놓고 수니파 맹주 사우디에 반기를 들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정권은 지난해 사우디가 주도하는 카타르 고립정책을 따르기는커녕 카타르의 편을 들었으며,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고 사우디의 적수 이란과도 협력한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언론에 답변했다.
언론자유 지지단체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매우 걱정스럽다"고 반응하며, "이 언론인이 신속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터키와 사우디 당국에 촉구했다.
사우디는 이 단체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180개국 가운데 169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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