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美 경제제재에 허덕이던 러시아, 脫달러화 추진

입력 2018-10-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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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美 경제제재에 허덕이던 러시아, 脫달러화 추진
러 경제 핵심 석유·원자재 거래는 달러화 결제…실현 가능성엔 의문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미국의 경제제재에 허덕이던 러시아가 달러화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러시아 정부가 최근 주요 산업의 달러화 거래 의존도를 줄이는 탈(脫) 달러화 계획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각 은행과 기업들이 달러화 대신 다른 통화로 결제하도록 하자는 러시아 국영 VTB은행의 안드레이 코스틴 총재의 이 제안은 현재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의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코스틴 총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이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년간 계속된 미국의 경제제재에 이어 또 다른 추가 제재가 예고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러시아 측은 이와 함께 주요 무역상대국들과 수출입 거래에서 루블화를 사용하기 위한 협의를 모색하고 있다. 이 계획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관계가 냉랭해진 중국, 터키 등의 환영도 받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동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갈수록 많은 국가들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탈 달러화가 가능하고, 필요성이 있으며, 빨리 할수록 고통을 덜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달러화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러시아 경제는 현재 원자재 및 에너지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 시장은 달러화 거래가 압도적이다. 러시아 정부 역시 서방의 교역 파트너들이 결제통화를 불안정한 루블화로 바꿀 수 없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 그간의 경제제재가 러시아 외환, 채권시장에 미친 여파는 심각했다.
당장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시리아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해 추가제재를 단행하자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가치는 18%나 폭락했다.
또 미국의 러시아 국영은행에 대한 제재 확대와 함께 러시아 국채의 매입 금지 조치는 75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재정채권(OFZ)의 투매로 이어졌다.
여기에 러시아는 지난해 전 세계에 금속, 곡물, 석유, 천연가스를 수출해 1천15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거뒀다. 이중 서방은 러시아와 냉랭한 관계이면서 여전히 러시아 수출품의 핵심 소비자들이다.
현재 석유와 가스 생산은 러시아 경제의 핵심으로 연방 예산의 50%가량을 차지한다. 러시아산 가스는 유럽 국가들에 유로화로 장기 공급되고 있지만 국제 석유 거래는 완전한 달러 시장으로 거래 상대들은 외환리스크를 우려해 다른 통화를 받기를 거부하는 게 일반적이다.
콘스탄틴 코리시첸코 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그래, 이제 달러를 버리고 유로화로 석유를 거래하자'고 간단히 말할 수 없다. 리비아가 그렇게 하려고 했다 실패했다. 석유시장에서 달러화 역할은 금방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늘어나는 교역이 전체적인 달러화 의존을 줄이는데 약간의 도움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달러화는 러시아 무역결제 유입분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따라 중국과 공조로 탈 달러화 계획을 추진하려는 심산이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치른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에서 단합을 강조하며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조치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양국간 무역에서 루블화와 위안화의 사용을 늘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근래 중국과의 교역 증가분이 서방의 제재에 따른 유럽과의 무역 감소분을 상쇄시킨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터키 역시 러시아와 교역에서 현지통화로 결제하는 것에 개방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터키와 교역은 서방 국가와의 교역보다 그 중요성이 덜하고 터키 리라화와 러시아 루블화로 결제되는 상품 교역 체계는 아직 제도적으로 미진한 상태여서 현지통화 교역이 확대될 여지는 크지 않다.
코리시첸코 전 부총재는 "탈달러화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달러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탈달러화 이후 어디로 가야하겠느냐. 유로권, 위안화권, 아니면 비트코인? 다음 모델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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