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경보' 첫 시험…'트럼프 트윗처럼 사용할까' 우려도

입력 2018-10-04 10:56   수정 2018-10-04 13:13

美 '대통령 경보' 첫 시험…'트럼프 트윗처럼 사용할까'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미국 동부시간 3일 오후 2시 18분(한국 시간 4일 새벽 4시 18분) 미전역의 휴대전화에는 '대통령 경보(Presidential Alert)'가 요란하게 울렸다.


경보에는 "이것은 국가 무선 긴급경보 시스템 시험이다. 어떤 행동도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분 후 전국의 TV와 라디오도 이 경보체계를 시험 방송했다. 이번 시험 경보는 미전역의 2억2천500만 대 휴대전화 가운데 (꺼져있거나 통화 중인 경우 등을 제외하고) 약 75% 이상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 관리들은 밝혔다.
이 경보는 테러나 천재지변, 전염병 같은 심각한 전국적 재앙이 발생할 경우 대통령이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지시해 발송토록 하는 전국적 비상경보 체제로 연방 단위에서 실제 시험 경보가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FEMA는 현재 90자인 경보 문자를 향후 360자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34년 제정된 커뮤니케이션법에서 대통령에게 비상사태 시 통신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고, 2006년에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무선통신업계와 협력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했다.
FCC는 2012년 이후 주 정부 차원에서 약 4만 건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 긴급 경보 시스템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들 주 정부가 보내는 극심한 기상 상황이나 어린이 실종에 관한 문자 경보는 사용자가 수신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FEMA에 의해 대통령이 발송하는 경보는 휴대전화가 켜져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미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이 경보 시스템은 3일 첫 테스트 이후 많은 논란을 낳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인 메시지를 트위터 대신 이 경보 시스템을 이용해 발송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3명의 뉴욕 시민은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미국의 모든 가정과 개인에게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확성기를 심을 목적으로 사유 재산을 강제로 빼앗으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NYT는 "지난 1월 하와이주에서 '탄도미사일이 날아오는 중'이라는 허위 경보가 발송돼 큰 혼란을 빚은 바 있고, 반대로 최근 캘리포니아주 북부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당국이 제때 경보를 발송하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면서 "긴급경보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보 선진화를 위한 시민단체의 존 로슨 사무국장은 "미국의 경보 시스템은 취약하고 파편적"이라면서 "이를 강화하기 위한 전국적인 시스템 마련은 좋은 것이며 대중이 조금 인내해야 한다"고 했다.
FEMA는 "긴급경보 발송과 관련해서는 엄격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어떤 메시지를 보낼 수는 없다"고 했다.
[로이터 제공]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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