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전현충원 장군묘 만장…장교·사병묘역은 '장병묘역' 통합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립묘지의 장교와 사병묘역 통합을 계기로 이들과 별도로 조성된 장군묘역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4일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서울현충원의 장군묘역은 이미 만장 됐고, 대전현충원에도 그나마 86기가량 쓸 공간만 남아 있다. 내년이면 이마저 다 차게 될 예정이다. 대전현충원 안장을 원하는 예비역 장성은 많고, 묘를 쓸 공간은 부족해지자 보훈처의 고민이 크다.
그래서 현재 8평(26.4㎡)의 묘역 크기를 1평(3.3㎡)으로 줄이는 대안이 마련됐다. 장교와 병사 출신의 묘역도 1평이다.
보훈처는 작년 8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대전현충원의 장군묘역을 1평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훈처는 장군묘역이 만장된 이후 더 조성할지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 사례를 들어 장군도 장교와 병사 출신과 함께 안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장군, 병사할 것 없이 모두 묘역이 1평가량이다. 묘역도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장군의 묘비도 병사와 똑같은 모양과 크기다. 재질도 똑같고, 묘역 위치도 외곽에 있는 경우도 많다.
보훈처 관계자는 "계속해서 공간이 부족해지는 장군묘역의 향방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전 영웅'으로 불렸던 채명신(예비역 중장) 초대 주월남 한국군 사령관은 2013년 별세하면서 사병묘역에 영면했다. 고인은 별세하기 전 유족에게 파월 장병이 있는 사병묘역에 묻히길 희망하는 유언을 남겼다. 장군 출신이 사병묘역에 안장된 첫 사례였다.
한편 대전현충원에 묻힌 김창룡 전 특무대장 등 반민족 친일행위자에 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장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장군묘역과 달리 장교와 사병묘역은 작년 2월부터 통합 안장되면서 구분이 사라졌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국립묘지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장교묘역과 사병묘역을 아예 통합해 그 명칭도 '장병묘역'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군대라는 계급구조에서 신분과 대우가 확연히 달랐던 장교와 병사가 사후에는 국립묘지의 한 장소에서 나란히 영면하게 된 것이다. 장교와 병사묘역을 합친 것은 국립묘지에 묘를 쓸 공간이 점차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서울현충원에는 장교와 병사가 사후 묻힐 공간이 더는 없다는 것이 보훈처의 설명이다. 그래도 서울현충원에서 영면을 원할 경우 고인의 영현은 납골당 형태의 충혼당에 봉안한다. 현재는 1층(단독실)과 2층(부부실)의 옥내함에 봉안할 수 있으나 공간이 부족하면 옥외함에 안치할 계획이다.
서울현충원은 비록 묘를 쓸 공간은 없지만, 장교묘역과 사병묘역의 명칭을 통합해 장병묘역으로 바꾼다. 장교나 병사는 사후 대전현충원으로 가야 한다. 대전현충원의 장병묘역에는 공간이 아직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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