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소방점검이 부른 참사…세일전자 대표 등 4명 영장(종합)

입력 2018-10-04 13:37   수정 2018-10-04 16:33

엉터리 소방점검이 부른 참사…세일전자 대표 등 4명 영장(종합)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경비원 등 6명도 불구속 입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근로자 9명이 숨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사고와 관련해 평소 형식적으로 소방 점검을 하고 소방 설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회사 대표 등 1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사고수사본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세일전자 대표 A(60)씨와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 대표 B(49)씨 등 모두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화재 당시 복합수신기를 고의로 꺼 경보기 등이 울리지 않도록 한 경비업체 소속 경비원 C(57)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올해 8월 21일 오후 3시 4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9명을 숨지게 하고 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세일전자가 화재 발생 2개월 전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에 맡겨 진행한 자체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올해 6월 19일 종합정밀검사 당시 민간 점검업체 직원과 세일전자 안전담당 직원이 건물 4개 층의 소방설비를 1시간 16분간 점검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 관련 전문가들에게 확인해보니 그 정도 공장 규모면 최소 4명이 6∼7시간 동안 점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가) 필요한 장비도 제대로 가져오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히 점검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는 당시 점검 후 세일전자 건물 4층 소방설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업체는 공장 건물 1층 분석실 등 2곳에 화재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교체가 필요하다는 등 1∼3층에서 7건을 지적했지만 정작 불이 난 4층에서는 1건도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나 화재 당시 공장 건물 4층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이 이날 처음 공개한 화재 당시 공장 건물 4층 CCTV 영상에서도 불과 10여초 만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내부에 가득찼지만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화재 발생 전부터 장기간 세일전자 공장 4층 천장에서 누수와 결로 현상이 있었으나 사측이 보수 공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공장 4층 천장의 누수와 결로 현상으로 인해 화재 직후 정전됐고, 근로자들이 신속하게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사측이 평소 외부 경비업체 소속 경비원들에게 "오작동일 수 있으니 비상벨이 울리면 경보기와 연결된 복합수신기를 즉시 꺼라"고 지시한 사실도 파악됐다.
실제로 경비원 C씨는 화재 당일 경보기가 울리자 경비실에 설치된 복합수신기를 고의로 껐다.
C씨는 경찰에서 "과거 경보기가 오작동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평소 경보기가 울리면 곧바로 끄고 실제로 불이 났는지 확인했고, 화재가 발생한 당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복합수신기부터 껐다"라고 진술했다.
경찰과 인천시 남동구의 합동 점검 결과에서는 세일전자가 공장 건물 옥상 2곳에서 무단 증축을 하고 4층 방화문을 훼손한 뒤 유리문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장 건물에 있던 화학물질 중 황산이 지정된 장소에 보관돼 있지 않은 사실도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컸다"며 "사측은 소방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난해부터는 소방 관련 설비를 보수하는 데 투자한 비용도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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