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음주단속을 해야 할 경찰관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등 광주·전남 경찰관의 기강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경찰이 내부 감찰 개혁을 추진하면서 일반 공무원보다 훨씬 엄격한 경찰관의 음주 운전·성범죄 징계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처벌 수위가 낮아지면 기강 해이가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북부경찰서 소속 A(51) 경위가 지난 2일 오후 11시 29분께 광산구 운남동 한 교차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교통과 소속인 A 경위는 면허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82%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으며 신호위반 차량과 교통사고가 나 음주 사실이 적발됐다.
경찰은 음주단속 업무 등을 하던 A 경위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할 방침이다.
지난달 12일에는 무안경찰서 소속 B(42) 경위가 광주 광산구 상가 뒤편 도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주차된 승용차 2대를 들이받았다.
B 경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6%로 조사됐다.
당시 B 경위는 가정폭력으로도 신고를 당한 상태였다.
강진경찰서 소속 C 경위와 해남경찰서 소속 D(52) 경사도 지난 4월 각각 혈중알코올농도 0.097%, 0.157% 상태로 운전하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징계위원회에서 모두 해임 의결된 뒤 C 경위는 소청심사를 통해 강등 처분으로, D 경사는 소청심사를 앞두고 있다.
경찰관에 대한 징계양정 기준은 음주운전 1회 적발에는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2회 적발되면 최소 강등 징계를 내리도록 돼 있다. 음주 사망사고는 해임·파면된다.
실제로는 1회 적발 시부터 강등 또는 해임 징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위법 행위를 단속해야 할 공무원이기 때문에 음주운전 최초 적발 시 면허정지 수준(0.1% 미만)이면 감봉·견책 등 경징계하는 일반 공무원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경찰청은 2017년 기준으로 징계 대상 경찰관 723명 중 59.1%가 소청을 제기해 40% 이상이 징계 수위가 낮아지는 등 소청으로 장기간(최장 2년) 소모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특정 업무 배제 등 다른 형태의 제재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관의 위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통과 소속인 한 경찰관은 "음주운전 적발은 '운이 나쁜 것'이 아니라 중범죄"라며 "경찰관의 징계를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낮추기보다는 현행 공무원 징계 규정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일반 직업 종사자보다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해야 법 집행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집행 당사자도 더 순응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며 "경찰이 스스로와 동료의 비위에 대해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고, 침묵하기보다는 드러내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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