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19명 중 1명만 여성…차관급 52명 중 여성은 6명
"'여성활약' 강조하더니 말뿐"…각료 성희롱·성차별 '만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개각에서 여성 각료를 1명만 중용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 부처의 차관급 인사에서도 여성 정치인의 발탁이 소수에 그치며 아베 정권이 말로만 '여성활약'을 내세운다는 비아냥이 확산하고 있다.
4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이번 개각에서 중용한 여성은 지방창생상으로 입각한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의원 1명뿐이다. 유일한 여성 각료이지만 그는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데 힘을 쏟아온 인물이다.
아베 내각은 2012년 출범 때부터 '여성 활약'을 강조해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출범 당시 여성 각료는 5명이나 됐다. 이후 여성 각료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작년 8월 개각 때는 내각 멤버 중 여성은 2명이었다.
아베 총리가 4일 발표한 부(副)대신과 정무관 등 차관급 명단에도 여성은 6명뿐이었다. 정무관 27명 중 여성은 1명이었고 부대신 25명 중 5명이 여성이었다.
각료 중 여성이 1명뿐이라는 비판을 고려한 듯 부대신 중 여성의 수를 2명에서 5명으로 늘린 것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남성 중심의 내각이라는 지적을 무마할만한 수준의 인사는 아니라는 것이 중평이다.
아베 내각의 여성 홀대 인사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용할 인물이 없다'며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본 언론과 SNS 등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개각 발표 후 SNS에서는 "세계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등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전원(全員)야구 내각에서 여성이 1명인 것은 매니저 역할인 것이냐"고 꼬집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2일 개각 후 기자회견에서 새 내각을 '전원야구 내각'으로 명명하며 "실무형 인재를 결집했다"고 강조한 것을 비꼰 것이다. 전원야구는 주전과 후보, 포지션에 상관없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을 뜻하는 일본의 야구 용어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간판 정책으로 '여성활약'을 내건 정권에서 여성 각료가 줄어들면서 '간판이 넘어진 것'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공무원인 30대 여성은 통신에 "국가 정상이 솔선수범해서 여성을 기용하지 않는데 누가 (기용)하겠느냐"고 비판했다.
학생단체 '아이보트'의 베쓰키 모에카(別木萌果) 씨는 "일본에서는 리더가 남성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강하다. 여성에게는 가사·양육까지 양립할 것이 요구돼 정치가로서의 길이 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여성 각료의 수가) 적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수긍하면서도 "(가타야마 지방창생상은) 2명, 3명의 존재감을 가지고 여성활약의 기치를 들 것"이라고 변명했다.
아베 정권은 지난 5월 각 정당에 여성 후보의 확보를 촉진하는 내용을 담은 '정치분야의 남녀공동참획(참여) 촉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이 법은 선언적인 내용만 있을 뿐 강제 규정이 없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많다.
아베 정권의 이번 여성 배제 인사는 각료들의 잇따른 여성 비하 발언이 나온 가운데 행해졌다.
지난 5월 자민당의 가토 간지(加藤寬治) 중의원 의원은 "3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 키웠으면 좋겠다. 이게 세상을 위한 것이고 남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보다 한달 전인 지난 4월에는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당시 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함정에 빠져 (여기자에게) 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많다", "성희롱죄라는 죄는 없다"며 재무차관을 두둔하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유임됐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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