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의 '30% 감축안'보다 더 강화…업계 "비현실적" 반발
EU 내주부터 본격 논의, 연말께 결론…독일 정부 입장 주목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의회는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CO2(이산화탄소) 배출을 오는 2030년까지 지난 1991년 수준에서 40% 감축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4일 유럽의회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가결 처리하고 EU 28개 회원국에 이 같은 감축안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신차의 평균 CO2 배출량은 118.5g/km로 지난 몇 년간 지속해서 줄어왔으나 여전히 오는 2021년 목표치인 95g/km와는 격차가 적지 않다.
앞서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의 CO2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30%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당초 유럽의회 환경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집행위의 제안보다 강화된 45% 감축안이 제기됐으나 유럽의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40% 감축안을 권고하기로 했다.
유럽의회는 유럽에서 배출되는 CO2의 15%가 자동차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오는 2030년까지 EU의 CO2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의회는 이와 함께 오는 2030년부터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판매량이 신차 판매량의 35% 이상을 차지하도록 할 것도 제안했다.
유럽의회의 제안에 따라 EU 환경장관들은 오는 9일 새로운 자동차 CO2 배출량 규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급격한 CO2 감축안에 대해서 난색을 보이고 있어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되며 연말께 최종 결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는 유럽의회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업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유럽 자동차제조협회(ACEA)의 에릭 요나트 사무총장은 "우리 의견으로는 40%는 과도한 목표치"라면서 "30% 이상 감축안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데 대해 집행위도 동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크스바겐, BMW 등 독일 주요 자동차 업체들도 유럽의회의 권고안에 대해 "비현실적인 목표치"라고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독일 자동차협회는 성명에서 유럽의회의 권고안에 대해 "기술적, 경제적 능력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이런 시간대(오는 2030년까지)에 이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EU 집행위가 제안한 30% 감축안이나 유럽의회가 권고한 40% 감축안을 충족하기 위해서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이나 휘발유 차량 대신에 전기차를 더 많이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작년 기준으로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또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선 배터리의 주행 거리를 늘려야 하고, 배터리 충전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등 인프라도 더 늘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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