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막을건가"…伊인권단체, 지중해에 난민구조선 띄워(종합)

입력 2018-10-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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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막을건가"…伊인권단체, 지중해에 난민구조선 띄워(종합)
살비니 부총리, 강경입장 재확인…"난민 태우고서는 伊항만 진입 못 해"

(로마·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이경욱 기자 = 이탈리아 좌익 정치인과 인권단체들이 정부의 강경한 난민정책에 정면 반발, 난민구조선을 타고 리비아 해역으로 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탈리아 극우 정부가 난민 유입 방지를 위해 주요 항구를 차단하면서 지중해에서 민간 난민 구조선의 모습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정부 정책에 반발해 리비아 해역의 난민을 도우러 떠난 것이다.
이탈리아 좌익 정치인들과 반(反)인종차별주의단체, 지식인, 예술계 주요 인사들은 총 길이 38m의 난민 구조선 마레 조니오 호를 공동 구입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조니오 호는 스페인 비정부기구(NGO) 프로악티바와 독일의 난민구조 NGO 시워치의 지원을 받는다.
좌익 신생 정당 자유평등당(LEU) 소속 에라스모 팔라조또는 "우리는 우파 집권당이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지는 인도주의 원칙을 확인시켜주고자 한다"며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 깃발을 단 선박의 정박을 허용할지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을 태운 조니오 호의 입항을 거부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해당 난민 구조선 관계자들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국수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을 배격하는 대신 생명을 구하도록 하는 우리의 헌법과 국제법, 그리고 해양법을 준수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이 같은 발언은 외국 NGO 난민구조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하는 등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살비니 부총리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당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나는 민주적이다"라며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어디든 상관없지만, 이탈리아는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는 "(지중해에서) 누구를 구조하든 이탈리아로 데려오지는 말라"고 말해 이들이 새로 띄운 배가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들을 이탈리아에 데리고 들어올 경우, 외국 NGO들의 배들처럼 입항이 불허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 6월 취임 이래 아프리카를 떠난 난민들이 유럽에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해온 이탈리아 항구로의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난민들을 태운 국제구호단체 운영 난민구조선의 이탈리아 항만 진입을 불허하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난민의 분산 수용을 요구해 주변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지난 8월에는 지중해에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구조한 난민 177명을 선박에 불법 감금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들 난민을 태운 배는 당시 시칠리아 남부 카타니아 항구 정박을 허가받았으나, 난민들은 살비니의 하선 거부로 선박에서 꼬박 1주일 동안 갇혀 있는 처지에 놓이며 인권 단체들의 반발이 쏟아진 바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등에 따르면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에 입국한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의 수는 지난해 80% 가까이 감소했지만, 이탈리아의 강경 난민정책으로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난민구조 NGO들의 발이 묶인 탓에 최근 수개월 사이 익사하는 난민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한 상황이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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