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남도 숨은 역사지리 발굴…'현대판 김정호' 천기철씨

입력 2018-10-07 08:00  

[사람들] 남도 숨은 역사지리 발굴…'현대판 김정호' 천기철씨
문헌에 기록된 두륜산 주상절리·고산천·흔들바위 발견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문헌에만 남아있는 신비한 역사, 구전으로만 떠도는 전설 같은 이야기.
희미한 옛 기록에 의지해 수십 차례 발품을 마다치 않는 집념으로 지역 역사지리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남도의 현대판 김정호'라 불리는 해남 천기철(60)씨가 주인공이다.
최근 그는 고산천(孤山泉)을 발굴해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았다.
고산천은 대흥사 역사를 기록한 대둔사지(大屯寺誌)에 실린 두륜산 암자 샘터 중 하나이다.
대둔사지에는 '고산천은 자정을 기하여 일 년 중 어느 땐가 통출(通出)하는데 절에 사는 스님들이 이 물을 길어다 병을 치료했다'라고 쓰여 있다.
고산 윤선도 선생이 해남에 낙향해 살던 때 특히 이 물을 길어다 차를 달였다고 해 고산천으로 불렸다고 한다.
주변이 흙으로 덮여 있어 그동안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 않았다.
아직도 샘터 외형을 갖추고 있고,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달고 맛이 있다고 평가한 맑은 물이 여전히 흘러내려 신비롭기만 하다.
천 씨의 고산천 발굴은 두륜산 주상절리와 흔들바위에 이어 이곳 일대에서만 벌써 3번째이다.
두륜산 도솔재 주변에 높이 20m 폭 80m가량의 돌기둥이 육각형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주상절리는 2011년에 발견돼 예부터 내원석주(內院石柱)라 불리는 이유를 밝혀냈다.
대둔사지에 '동석(動石)은 북암 뒤편에 있으며 천인이 밀면 움직이지 않지만, 한사람이 밀면 움직인다'고 기록된 흔들바위도 지난해 찾아냈다.
기록으로만 남아있었지 200여 년간 위치가 확인되지 않던 바위였다.
해남에서 지역출판사인 땅끝문화를 운영하는 천씨는 본업 외에도 지리와 역사에 팔방미인 재능을 살린 덕에 여행작가·사진작가·산악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해남군 지명위원, 향토문화보존위원회 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가로서 월간 사람과 산에 '남도여행대가 천기철의 섬 산행'을 18년째 연재하며 남도의 산과 섬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도 제작자로 남다른 열의를 갖고 고문헌과 고지도, 한국지명총람 등을 바탕으로 잊혀가는 지명을 채집해 새롭게 지도를 제작해 왔다.
두륜산·달마산·월출산 지도는 물론 해남군 문화유적지도·남도답사지도·해남군 길지도 등은 여행자들의 정보가 되는 것은 물론 산의 이정표를 세울 때 지침서 역할도 한다.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잊힌 역사의 장소를 찾아 재조명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요즘은 SNS를 통해 섬 여행·지명이야기·지역의 숨겨진 맛집을 활발히 소개하고 있다.
천씨는 7일 "현재 달마산의 신비스러운 샘, 방지(方池)를 찾고 있다"면서 "20년 동안 연구하면서 연재한 해남의 명산·하천·지명이야기, 남도 음식·산·섬 이야기, 각종 희귀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hog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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