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오정희가 들려주는 기묘한 옛이야기

입력 2018-10-05 11:44  

소설가 오정희가 들려주는 기묘한 옛이야기
강원 설화 바탕으로 쓴 '오정희의 기담'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새'로 유명한 소설가 오정희(71)가 지방 설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집 '오정희의 기담'(책읽는섬)을 펴냈다.
작가는 서문에 "어른, 아이, 남녀노소가 두루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어린 시절, 할머니나 주변 어름들로부터 들었던 옛날이야기, 또래 동부들끼리 지어내어 나누던 이상하고 으스스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들을 나름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해보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강원도 춘천에 머물며 글을 쓰는 그는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채록한 설화집을 읽은 뒤 이번 책을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정성과 공력이 바쳐진 그 책을 읽으며 옛사람들의 소박한 삶에 깃든 신화와 우의성, 집단 무의식 같은 것을 보았고 막연했던 계획을 구체적 작업으로 실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옛사람들의 소박한 삶 속에 깃든 꿈과 소망, 슬픔과 그리움, 열망들은 지금 이곳, 우리들의 삶에도 웅숭깊게 배어 있다. 그것이 생로병사로 조건 지어진 우리의 삶이 부박하기만 하거나 단색 판화일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라고 옛이야기의 의미를 정리했다.
책에는 '어느 봄날에', '그리운 내 낭군은 어디서 저 달을 보고 계신고', '앵두야, 앵두같이 예쁜 내 딸아', '용화산', '누가 제일 빠른가', '주인장, 걱정 마시오', '짚방망이로 짚북을 친 총각', '고씨네' 8편이 담겼다.
'어느 봄날에'는 부모 없이 자라며 남동생을 지극히 사랑한 누나가 기이한 방법으로 동생의 죽은 목숨까지 살려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누나는 남장을 하고 성실히 일하며 절치부심하다 우연히 동생을 살릴 수 있는 묘약을 손에 넣게 된다. 그렇게 헌신해 동생을 살리지만, 동생은 누나가 마련해준 삶의 터전에서 행복에 취해 누나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리운 내 낭군은…'은 인간이 뱀을 낳는 기이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뱀은 자라 인간 형제들에게 자기 역시 인간 색시를 맞이하고 싶다고 조르고, 형의 노력으로 진짜 인간 여성과 혼인하게 된다. 혼인한 뱀은 허물을 벗고 잘생긴 남자로 변하고, 부부는 깊이 사랑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남편은 과거를 보러 떠나며 아내에게 뱀 허물을 잘 간직하라고 당부하는데, 아내가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친숙한 설정과 이야기 구조를 뼈대로 하지만, 그 전개는 뻔하지 않다.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는 나름의 반전이 이어진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과 믿음, 배신, 시기, 질투 등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갈등 구조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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