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인터넷 감독규정 신설…'안전우려' 명분으로 서버 열람·복사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공안당국이 앞으로 수사와 직접 관련되지 않아도 행정지도 차원에서 인터넷 기업이 관리하는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인터넷을 통한 강력한 사회 통제 시스템을 갖춘 중국에서 공안의 인터넷 감시·통제권이 한층 강화되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속의 '빅 브라더'처럼 당국의 감시망이 비대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안부는 '인터넷 안전 감독·검사 규정'을 신설해 내달 1일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규정이 시행되면 공안은 '인터넷 안전'을 위해 인터넷 기업과 인터넷 사용자의 전산 센터, 영업 장소, 사무 공간에 들어가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조사 내용과 관련한 자료를 열람·복사할 수 있게 된다.
공안 기관은 '안전상 문제'가 발견되면 책임자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나아가 법규 위반에 해당하면 책임자를 행정·형사처벌할 수 있다.
비록 '안전상 문제'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지만 새 규정에 따라 중국 공안은 법률상의 영장 없이 행정지도 형식으로 인터넷 기업과 사용자를 편리하게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적으로 수사기관이 인터넷 기업이 관리하는 방대한 전산정보에 접근하려면 법원 등 제3의 기관이 내주는 영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 규정은 애플 등 외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은 작년 6월 범죄와 테러를 예방하고 시민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면서 모든 기업의 클라우드 서버를 중국에 둬야 한다는 취지로 관련 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애플이 중국 본토에 등록된 아이클라우드(iCloud) 계정 관련 정보를 구이저우(貴州) 정부가 소유한 구이저우 클라우드 빅데이터로 넘기는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이용자들의 정보 보관 장소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이번 조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부쩍 강화되는 중국의 인터넷 통제강화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이미 가동하고 있어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빅 브라더 사회'가 도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터넷망과 연결된 중국의 안면인식 시스템은 경찰의 용의자 체포나 공공질서 위반 적발 등 치안 분야뿐만 아니라 유통, 금융, 의료, 여행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인터넷 여론 관리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는 추세다.
문화대혁명 이후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구축한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형해화하고 시 주석의 독주체제가 굳어지고 나서 중국의 대부분 인터넷 뉴스 사이트들은 최상단 영역을 반드시 시 주석의 동정 보도로 할애하고 있는데 이는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에는 볼 수 없던 일이다.
또 최근 들어 미국과 무역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불량정보' 유통 등을 이유로 대형 포털사이트 왕이(網易)와 유력 뉴스 사이트 봉황망(鳳凰網) 운영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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