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 초청 방한…지난 8월 소설 150편 번역 공로 '만해문예대상' 받아
"한국문학 뛰어나지만 번역서 없어 일본·중국 문학보다 덜 알려져"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황순원, 채만식, 조세희, 오정희, 최인호, 공지영, 김혜란, 황정은, 최수철, 김사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한국문학 대표작가 40여 명의 작품 150여 편을 영어로 번역해 미주사회에 소개해 온 브루스 폴턴(70)·윤주찬(62) 부부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폴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한국문학과 교수와 전문번역가인 윤 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문학은 뛰어난 작품이 많음에도 번역가가 부족하다 보니 일본이나 중국 문학보다 덜 알려졌다"며 "한국 작가와 해외 독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이라서 사명감으로 번역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폴턴 교수는 단순히 번역만 한 것이 아니라 작품을 선정해 번역 후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 출판을 섭외하고 책이 나오면 다른 지역을 돌며 작품 낭독회를 여는 등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한국문학이 통할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모든 작업을 부부가 함께했고 특히 초벌 번역을 해 온 아내 덕분에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폴턴 교수의 한국과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미국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파견 나와 전북 장수군 장계면 장계중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당시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아내를 만났다. 봉사단으로 한국에 오기 전 출판사에서 교정 업무를 본 경력 덕분에 황순원 작가의 작품을 영어 번역·감수해 준 것이 계기가 돼 한국문학을 전공했고, 1999년 서울대에서 황순원의 작품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교단에서 현지인 학생들에게 한국문학을 가르치면서 번역을 통해 영어권 독자에게 한국문학을 알려왔다. 이 공로로 지난 8월 만해축전추진위원회로부터 '만해문예대상'을 받았다.
"평화봉사단 활동이 제 인생을 바꿔 놓았어요. 장계중학교에서 재직하면서 선생들과 모내기를 하고 막걸리를 마시고 빈대떡을 부쳐 먹으면서 한국인의 '정'에 흠뻑 젖어들었죠. 이제 한국은 제게 제2의 고향입니다. 이번에 다시 그곳을 찾아가 보니 놀랍게 발전해 뿌듯했습니다."
지난해 채만식 작가의 단편소설·시나리오·희곡·수필·기행문 등 전집을 출판한 이들 부부는 내년에는 황순원의 대표작 '소나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폴턴 교수는 각국 대학에 한국문학 전공자가 많이 배출되도록 한국 정부나 기업이 장학프로그램을 신설해 달라는 주문도 했다.
윤 씨는 "지난해 신인 소설가인 김사과 씨의 '미나'라는 작품을 미국의 전문번역출판사를 통해 선보였는데 출판사로부터 창업이래 독자로부터 가장 많은 리뷰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신세대 작가의 작품도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어서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매년 작품을 발굴하려고 한국을 방문한다는 이들 부부는 "글로벌허브공항인 인천공항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오가는데 여기 서점에 영어로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코너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8/10/05/AKR20181005097200371_01_i.jpg)
wakar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