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국회서 토론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촬영에 돌입하면 적게는 하루 12시간, 많게는 20시간 이상 이어진다. 촬영은 대부분 새벽에 마감하고, 방송 제작 스태프는 충분한 수면은커녕 다음 날 오전 촬영에 합류하기 위해 찜질방 등지에서 쪽잠을 잔다. 결국 사망과 부상으로 이어진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이 주최한 '방송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주 68시간 근로 도입에도 제대로 개선되지 못한 방송계 열악한 근로 환경이 생생하게 소개됐다.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실태 증언을 통해 드라마 제작현장별 촬영일지를 공개하면서, 특히 불합리한 계약 관행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스태프가 법제도 사각지대에서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에 방송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가칭 '방송영상산업협력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곳에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과 표준제작비, 방송제작 스태프 인력수급체계와 표준임금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에는 프로그램별로 제작 단가를 제출하도록 하고 인건비 격차를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 반영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상파 방송사 중간광고 허용 시 발생하는 추가 광고수입 일부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징수해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는 방송분야 스태프 고용계약은 표준근로계약서로 통일해달라는 내용 등을 강조했다.
이어 김유경 방송계갑질119 노무사는 "방송업의 현실에 맞지 않는 유연근로시간제 도입을 무조건 유도하는 행위는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종 유연근로시간제가 탈법적으로 도입돼 시행되고 있지 않은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연근로시간제를 악용할 경우 주 최대 80시간에 달하는 강도 높은 노동도 허용된다는 주장이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나눔연대국장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노동시간 단축 같은 시대적 요구와 과제에 저항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론에는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하창용 고용노동부 노동시간단축지원TF 과장이 참여해 영화계 등 사례로 살펴본 근로기준법 준수와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 주최자 중 한 명인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아직도 방송제작현장에서는 주 68시간을 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며, 주 68시간에 맞추기 위해 하루 20시간이 넘는 촬영을 진행하는 편법을 사용해 현장 스태프에게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내년 7월부터 시행해야 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검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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