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류지도 새로 그렸다…정교한 뇌경색 진단 가능

입력 2018-10-07 12:01   수정 2018-10-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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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류지도 새로 그렸다…정교한 뇌경색 진단 가능
표준과학연구원·동국대 일산병원, 뇌경색 1천여명 빅데이터 분석
교과서에도 실린 기존 지도 오류 발견…"대뇌동맥 영역 재확인"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기존 뇌 혈류 지도의 오류를 발견하고, 뇌경색 환자 진단에 큰 도움을 줄 지도를 고해상도로 새로 그려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표준연)은 국가참조표준센터 김창근 책임연구원과 동국대 일산병원 김동억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국 11개 대학병원 뇌경색 환자 1천160명의 뇌 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현존 최고 수준 해상도의 뇌 혈류 지도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암과 심장질환 다음으로 가장 높은 치사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뇌경색이다.
뇌경색은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3종류의 대뇌동맥(중대뇌동맥·후대뇌동맥·전대뇌동맥) 혈관계 중 한 곳 또는 여러 곳이 막혀 발병한다.
대뇌동맥 혈관계 몇 곳이 막혔는지에 따라 검사 방법이나 처방 약 종류가 달라진다.
3종류의 대뇌동맥은 뇌를 세 부분으로 나눴을 때 각각의 혈류공급을 담당한다.
여기서 착안한 게 각 대뇌동맥이 지배하는 뇌 영역을 영토처럼 구분한 뇌 혈류 지도다.
기존에도 뇌 혈류 지도는 있었다.
그런데 20∼100여명의 적은 표본을 대상으로 만들어져서 해상도가 떨어졌다.
진단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구팀이 내놓은 고해상도 뇌 혈류 지도는 뇌를 800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 조각으로 나눠 볼 수 있게 했다.
특정 뇌동맥이 막혔을 때 뇌의 어떤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하는지 통계적인 확률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기존 저해상도 뇌 혈류 지도의 중대한 오류를 밝혀냈다.
전대뇌동맥과 후대뇌동맥 영역으로 표시했던 뇌의 부위 일부가 중대뇌동맥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100년 이상 학계의 정설로 인정되며 의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던 기존 뇌 혈류 지도 지형을 바꿔놓는 성과라고 표준연은 설명했다.
뇌졸중 분야 세계적 석학인 호주 멜버른 대학 제프리 도난 교수는 표준연 측에 "탁월한 업적이며 앞으로 고전이 될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뇌 혈류 지도는 전국 11개 대학병원 급성뇌경색 입원 환자 1천160명의 자기공명영상(MRI) 자료를 정량 분석해 얻었다.
병원마다 장비나 측정방식 차이로 생길 수 있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표준화 작업을 거쳤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 김동억 교수는 "고해상도 뇌 혈류 지도는 뇌경색 원인 진단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약물 선택 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의료 질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과 국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해상도 뇌 혈류 지도는 일선 병원 진료실에서 걸어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판 형태로 만들어 올해 중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표준연 최종오 국가참조표준센터장은 "1만 개 이상의 영상 슬라이스를 생산단계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 완성한 참조표준"이라며 "일반 진료는 물론 인공지능(AI) 진료의 신뢰성 또한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국가 참조표준데이터개발보급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 최신호에 논문이 실렸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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