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닷새 전 바다에 뿌린 김 씨앗, 태풍이 모두 앗아가

입력 2018-10-07 14:38  

[르포] 닷새 전 바다에 뿌린 김 씨앗, 태풍이 모두 앗아가
해남 김 양식장 66ha 태풍 '콩레이'에 쑥대밭…어민 "올해는 김 양식 포기"


(해남=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여기 망망대해가 모두 김 씨앗(포자)을 키우던 곳이여, 태풍이 몰고 온 집채만 한 파도가 흔적도 없이 휩쓸어 브렸어."
태풍 '콩레이'가 남해안을 덮친 지 하루가 지난 7일 오전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전리 앞바다. 김 양식을 주업으로 하는 마을이다.
거센 바람에 남아 있는 태풍의 흔적으로 느끼며, 잔잔해진 바다에 통통배를 타고 나갔다.
김 양식장에 설치한 말뚝 대부분은 쓰러져 바다로 가라앉거나, 거센 파도에 먼바다에 휩쓸려갔다.
더욱 피해가 심한 곳은 닷새 전 정성스레 김 포자를 채취해 심어놓은 모판을 설치한 곳이다.
66ha 광활한 김 양식장에서 키울 김 포자를 닷새 전 바다 위에 설치한 발에 심어놓았지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바다 곳곳에서는 일부 남은 김발만 둥둥 떠다녔고, 수많은 김발은 주변 해변으로 밀려가 뭉쳐 나뒹굴고 있었다.

양식어민들에게 태풍이 상륙한 전날 새벽은 지옥과 같았다.
태풍이 남해안에 상륙하기 이전부터 7~10m가량의 집채만 한 파도가 마을 앞바다를 먼저 덮쳤다.
노심초사 밤을 지새운 어민들은 날이 밝자마자 파도가 높아 바다에는 나가지 못하고, 대신 바다가 멀리 내다보이는 해변 야산에 올라 김 양식장을 살펴봤다.
결과는 처참했다. 모내기하기 전 모종을 키우듯, 김 양식장에 옮겨심을 김 포자를 키우던 모판은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난 8월 상륙한 제19호 태풍 '솔릭' 당시 파손된 김 양식장 말뚝도 지난 9월 새것으로 교체하고 정비해놨지만, 폐허처럼 쓰러지고 뽑혀 쑥대밭이 됐다.
김을 키울 씨앗이 모두 사라졌으니, 어민들은 올해 김 농사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다가 잔잔해졌다는 소식에 피해조사를 나온 군 관계자들도 생각보다 큰 피해에 혀부터 찼다.
이 마을 김후남(63) 어촌계장은 "올해 김 농사를 잘 지었으면 마을 차원에서 약 5억원의 이익을 거뒀을 것이다"며 "투자한 시설마저 모두 파손됐으니,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말했다.

아직 파도가 높아 바다에 나가지 못해 파악하지 못한 전남 남해안 양식장의 태풍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육지 곳곳에도 태풍의 생채기가 남아 있었다.
해남군의 한 논에서 만난 70대 농민은 태풍이 몰고 온 강풍에 누운 벼를 보며 "상대적으로 모내기를 늦게 해 벼가 덜자란 곳에서 벼가 드러눕는 피해가 대부분 발생했다"며 "가만두면 썩을 테니, 빨리 수확해보는 수밖에 없다"며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전남도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1천170ha 논이 침수되거나 벼가 쓰러지는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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