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계획 사업 중 91건 준공시기 연기…"분산형 전원, 대안 부상"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국내에서 발전소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전력을 실어나를 송·변전 설비가 제때 확보되지 않아 일부 발전설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등에 따른 것으로, 최근 우리 경제를 사실상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가동 차질 우려마저 나오면서 차제에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추진 혹은 계획 중인 송·변전 설비 건설사업 가운데 모두 91건의 준공 시기가 산업·택지지구의 개발·건설 지연(83건)이나 전력 수요 둔화(8건) 등의 이유로 연기됐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송·변전 설비 건설 과정에서 주민, 지자체가 반발하는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에 따른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충남 당진전력생산단지에 새로 지어질 발전소의 전력수송을 위해 당진∼북당진 간 345㎸급, 당진∼신송산 간 345㎸급 송전선로 건설이 각각 추진됐지만 해당 지자체와 주민의 반대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한전은 신한울 원전과 북평 석탄화력 등 강원 지역에 새로 건립될 발전소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해 신울진∼신경기 간 765㎸급 송전선로 건설도 추진했으나 백두대간을 가로지른다는 주민 반발에 부딪혀 노선을 변경한 뒤 입지 선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송·변전 설비 인프라가 발전설비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한전이 발간한 '2018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발전설비는 71.2%(연평균 5.5%)나 증가한 데 비해 송전선로 회선 길이는 15%(연평균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해안의 태안화력(1∼10호기)과 당진화력(3∼10호기), 동해안의 삼척그린파워(1·2호기)와 북평화력(1·2호기) 등 일부 석탄화력 발전소가 100% 출력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송전선로 부족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005930] 평택사업장이 위치한 고덕산업단지와 서안성 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 완공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2년이나 늦은 2021년 6월로 잡히면서 2020년에 준공 예정인 삼성전자 반도체 제2생산라인 가동 시기와 시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분산형 전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분산형 전원은 지역 간 혹은 지역 내 송전망의 배전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이용해 건설하는 소규모 발전설비를 지칭한다.
성윤모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분산형 전원 확대 계획을 소개한 뒤 이와 연계해 송·변전 설비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발전소를 지어봐야 송·변전 설비 건설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송·변전 설비 확충을 발전설비에만 맞춰서 현실성 없이 계획할 게 아니라 분산형 전원 활성화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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