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인 "치안불안정·폭력 문제 포괄적 접근해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 차기 정권이 일부 마약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12월 1일 취임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중북부 사카테카스 주에서 열린 당선 감사 집회에서 빈곤·범죄와의 전쟁을 위한 폭넓은 전략의 하나로 일부 마약의 합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TV 아스테카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치안 불안정과 폭력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최근 국방부 장관이 내놓은 의료 용도 아편의 합법화 제안은 이런 점에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민들이 양귀비 씨를 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에게 더 많은 옥수수 재배 대가를 지급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암로는 대선 운동 때부터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마약 조직원이나 마약 재배 농민들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인 사회 현실에 떠밀려 마약범죄 조직에서 활동 중인 말단 조직원들과 일부 농민들에게 갱생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암로는 당선 후 시민 좌담회 등을 통해 이런 방침을 재확인하며 여론을 읽고 있다.
정권 인수위원회에 참여 중인 일부 인사는 합법적인 아편과 마리화나 시장을 만드는 방안을 평가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암로 정권의 마약에 대한 유연한 입장은 마약범죄에 대해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해온 과거 보수 정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렸다.
멕시코는 2006년 이후 마약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군을 마약조직 소탕 작전에 투입했다.
군의 공세에 밀린 마약조직이 소규모 조직으로 쪼개졌지만, 아직도 막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공공치안을 위협하고 있다.
소형화된 마약조직은 마약 밀매 경로와 판매 지역 등을 놓고 피비린내 나는 이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멕시코에서는 총 3만1천174명이 살해돼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 30년 만에 가장 많았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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