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인하·감세·재정지출 확대에 '자력갱생' 구호까지
"열세 감추려 경제성장률 집착"…위안화약세 부메랑 맞을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눈에 띄기 시작하자 출혈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달 1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1% 포인트 내린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이를 통해 1조2천억위안(약 197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 가운데 4천500억위안은 시중은행이 이달 만기인 단기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쓰이며, 나머지 7천500억위안은 금융시장에 공급된다.
대형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은 15.5%에서 14.5%로 내려간다.
지급준비율 인하는 시장에서 많이 예상했던 조치다. 중국은 이미 올해 앞서 3차례 지급준비율을 낮춘 바 있다. 당국은 또한 개인소득세 인하 같은 조치를 내놨으며 지방 정부에 인프라 지출을 확대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같은 무역전쟁 상황에서 중국은 경제가 약해지는 것으로 비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올해 성장 목표 달성에 집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또한 성장을 떠받치기 위한 감세 등의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류쿤(劉昆) 재정부장은 8일 관영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고 감세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에 잡은 연간 감세 목표액이 1조1천억위안 규모였지만 이를 1조3천억위안(약 213조원)으로 높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는 이미 중국 제조업 분야에 피해를 줬다. 지난 9월 제조업 분야의 2개 지표는 나란히 악화했다. 특히 신규 수출 주문이 타격을 입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이유로 2019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1%로 0.2% 포인트 낮춘 바 있다.
중국이 펴고 있는 전방위 경기 부양책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애널리스트들은 지준율 인하로 이미 약세인 위안화에 더욱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는 수출 기업이 관세 타격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가치가 너무 많이 하락하면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진다.
중국 인민은행이 7일 발표한 9월 외환보유액은 1년여만에 가장 적었다. 9월 외환보유액은 3조870억달러로 전월보다 226억9천만달러 감소했으며 전망치보다 적었다.
장밍 중국사회과학원 애널리스트는 정책결정자들이 자본 통제 강화를 포함해 위안화를 추가로 떠받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서 현재 달러당 6.9위안 안팎인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는 4월 중순 이후 달러 대비 9% 넘게 내렸다.
중국 지도자들은 증시 하락세도 걱정하고 있다. 상하이지수는 연초대비 15% 하락했는데 국경절 연휴를 끝내고 거래를 재개한 8일에도 장초반부터 2% 넘게 떨어졌다.
당국의 경기 부양 노력에 골칫거리를 더하는 것은 치솟는 소비자 물가다. 최근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달리고 있으며 중국 여러 도시에서 주택 임대료가 급등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도 여전하다. 은행들이 위험성이 더 높은 중소기업보다 국유 대형기업에 대한 대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정정책을 통한 추가 완화 조치나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등을 예상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지속적인 시장 개방과 추가적 시장 친화적 개혁을 요구하는 일각의 목소리에도 무역전쟁 상황에서 국영 부문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북부 헤이룽장성의 국영 농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식량과 기술 등의 '자력갱생'(自力更生)을 강조했다. 이는 마오쩌둥 시대에 자주 썼던 구호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회사 ZTE가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제재했던 조치는 중국을 충격에 빠뜨렸었다. 중국이 미국에 반도체를 의존하는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금융 칼럼니스트 우샤오핑(吳小平)은 중국의 민간 분야가 국유 경제에 길을 내줄 때가 됐다는 글로 최근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붉은 자본주의'의 저자인 프레이저 호위는 '미국과 싸우고 있으므로 모든 자원을 국가가 원하는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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