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대선 친러 분리주의자 승리…국가지도부 '3인 3색'

입력 2018-10-08 11:28   수정 2018-10-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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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대선 친러 분리주의자 승리…국가지도부 '3인 3색'
세르비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계 대통령 3명 선출…번갈아 국가원수직 수행
민족주의자·온건파 등 성향 제각각…민족갈등 커질 듯, EU·나토 가입 추진 난망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발칸반도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7일(현지시간) 치른 대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민족주의자, 최대 무슬림정당 수장, 온건주의자가 나란히 승리했다.
1992년 옛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이 나라는 복잡하게 얽힌 민족·종교 간 갈등 때문에 '1국가 2체제'로 운영하면서 주요 민족·종교를 대표하는 3명의 대통령을 뽑아 번갈아 국가원수를 맡게 한다.
국가지도부가 분리 독립을 외치는 민족주의자 등 '3인 3색'으로 채워짐에 따라 국가 통합보다는 민족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도 어려워진 것으로 관측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오전 세르비아계 밀로라드 도디크, 보스니아계 세피크 자페로비치, 크로아티아계 젤코 콤시치가 중앙정부 대통령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는 예비 결과를 발표했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들 3명이 앞으로 4년간 8개월씩 돌아가며 국가원수인 대통령위원회 위원장직을 수행한다.
이중 도디크는 현재 세르비아계 위주인 스르프스카 공화국(RS)의 대통령으로, 56%의 득표율 기록해 42%를 얻은 경쟁후보 믈라덴 이바니치 현 대통령 위원을 크게 앞서고 있다. 현재 개표율은 44%다.
RS는 보스니아·크로아티아계로 구성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FBiH)과 함께 1국가 2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도디크는 1992∼1995년 약 10만 명이 숨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가 저지른 인종청소를 부정하는 민족주의자로, RS의 분리 독립을 국민투표에 부칠 계획을 갖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서방 성향의 도디크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반면 미국은 도디크가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한 1995년 데이턴 협정의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제재를 가하고 있다.
도디크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다"며 RS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친러시아 정책을 펴며 RS의 분리 독립을 추진할 경우 종족·민족 간 갈등은 물론 서방과의 관계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디크와 달리 크로아티아계 콤시치는 2006∼2014년 대통령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온건파다. 그는 민족주의자인 드라간 초비치 현 대통령위원회 위원이 주장한 크로아티아계 중심의 '제3체제' 창설에 부정적 태도를 취해왔다.
무슬림정당인 민주행동당(SDA)의 후보 자페로비치는 대통령위원회의 보스니아계 위원 자리를 놓고 온건파 미디어재벌인 파흐루딘 라돈치치 전 보안장관과 맞붙어 승리했다.
이번에 대선과 함께 총선돼 실시돼 중앙정부의 하원의원들도 선출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는 무슬림이 주류인 보스니아계 주민이 약 5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교회를 믿는 세르비아계가 약 31%, 가톨릭 신자가 대다수인 크로아티아계가 약 15%, 유대인과 집시 등 기타 민족이 약 4%로 뒤를 잇는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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