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전주 등 전국 지자체 잇따라 한글로 된 간판 거리 조성
(전국종합=연합뉴스) 오는 9일 제572돌 한글날을 앞두고 보기 힘든 정겨운 우리말로 된 지명과 가게 간판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자어나 서구어가 도심 곳곳을 장식하는 요즘 친숙하면서도 발음하기 편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우리말 지명과 가게 간판은 점차 사라져 가는 국어 어휘의 소중한 보물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지명은 구성원들이 다른 지역과의 구분을 위해 만든 고유명사다.
시대가 흐르면서 정치나 사회, 경제적인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도로나 건물 이름은 바뀌곤 한다.
이에 반해 지명은 대체로 보수적이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과거 한자 문화권에 있었던 영향으로 국내 행정 지명 대부분은 한자어다.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자어다.
심지어 2010년 대전에서는 서구어가 동(洞) 지명으로 들어왔다가 외래어 명칭 논란을 빚으며 생긴 지 석 달 만에 폐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말로 된 지명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톡톡 튀면서 재밌기까지 한 고유어 지명은 학술적으로나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백산맥 줄기가 면면히 이어지는 강원도 오대산 자락(평창군 진부면 하진부2리)에는 '소도둑놈 마을'이 있다.
험상궂은 이 마을 이름은 숲 속에 숨어 있던 산적들이 겨울철 마을에 내려와 소를 잡아먹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예로부터 소도둑놈 마을의 산적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억울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의적이었다고 한다.
소도둑놈 마을은 2013년 생태체험 마을로 탈바꿈해 도시민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 간성읍 장신 2리에는 향로봉 산 아래에 아늑하게 자리한 농촌 마을인 '소똥령 마을'이 있다.
마을에는 소똥령으로 부르는 마을 고개가 있는데 옛날 국도 1번지에 해당하는 한양가는 길이었으며 통행이 끊긴 지 오래됐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지나다녀서 산 생김새가 소똥 모양이 돼버리는 바람에 붙었다는 설과 고개 정상에 주막이 있었는데 시장으로 팔려가는 소들이 주막 앞에다 똥을 많이 누어 소똥령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水島里)에는 '물 위에 떠 있는 섬'인 무섬마을이 있다.
40여 가구의 전통가옥이 지붕을 맞대고 마을을 이루고 내성천 모래톱과 외나무다리가 독특한 경관을 연출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이 외나무다리를 소재로 매년 축제가 열리며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제278호로 지정됐다.
백두대간의 조령산(鳥嶺山) 마루를 넘는 경북 문경새재 역시 대표적인 우리말 지명이다.
높고 험한 고개라는 뜻의 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순수 우리말이다.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리에는 4km 길이의 해안 탐방로 '미르마루길'이 조성돼 있다.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인 미르와 꼭대기, 정상을 의미하는 마루가 합쳐진 지명이다.
톡톡 튀는 우리말로 된 거리 명이나 가게 간판들 역시 시선을 붙잡을 만하다.
세종대왕 능이 있는 경기도 여주시는 중앙로 문화의 거리를 2013년 12월 '한글 간판 거리'로 단장해 운영하고 있다.
2012년부터 이 일대 상점 등의 간판을 한글 간판으로 정비하는 개선사업을 벌여 도시 이미지를 개선했다.
전통관광지구로 분류된 전주의 대표 관광지 한옥마을의 상가는 한글 간판을 달게 돼 있다.
전체 면적 29만8천㎡인 이곳에는 모두 566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고 모두 한글 간판을 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경기 남양주 봉선사는 한자 일색인 여느 사찰과 달리 한글 현판을 내건 사찰로 유명하다.
사찰 입구인 일주문에 '운악산 봉선사'라고 적힌 한글 현판이 걸린 것을 비롯해 대웅전에도 한자 대신 '큰법당'이라는 한글 현판이 걸려 있다. (장아름 김선경 박영서 임채두 권준우 변지철 차근호 우영식 이승형 김근주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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