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캐나다 대사관 "패권적 행위가 경제적 주권 방해" 규탄 성명
9월 30일 USMCA 체결 후 나온 중국 정부 기관의 첫 공식 반응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해 맺은 새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USMCA)에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USMCA의 관련 조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틀을 벗어나 '시장경제'와 '비(非)시장경제'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고 비판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양윈둥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관련 국가들의 패권주의적 행위들이 다른 나라의 주권을 공개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규탄하며, 유관 국가들의 경제적 주권이 훼손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의 성명은 미국과 캐나다·멕시코가 이른바 '신(新) 나프타'로 불리는 USMCA를 체결한 이후 중국 측에서 나온 첫 공식 반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성명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주의적 행위'에 대해 분개하고 있으며 '경제적 주권'의 일부를 포기한 캐나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체결된 USMCA에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세 나라 중 어느 나라도 '비시장경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할 때 초기 단계에 나머지 두 나라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나머지 두 나라는 체결된 USMCA를 재검토할 권리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시장경제' 국가는 사실상 중국을 의미하며,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없도록 '독소조항'을 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캐나다나 멕시코와 우선 FTA를 맺은 뒤 이 나라들에 무관세나 저율 관세로 제품을 수출한 뒤 미국으로 되파는 '우회 수출' 전략을 쓸 수 없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호주·뉴질랜드·아이슬란드·싱가포르·아세안 10국 등과는 FTA를 체결했지만, 미국·캐나다·멕시코·일본·EU 등과는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은 일본, 유럽연합(EU)과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 시에도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독소조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SCMP가 보도한 바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각) "최근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조약에 들어간 이 독소조항은 향후 다른 교역국과의 협정에서 반복될 수 있다"며 "이는 중국에 압력을 넣어 시장을 개방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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