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기자 숨진 채 발견…3명은 탐사 전문기자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중동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전쟁터, 범죄조직이 활개를 치는 멕시코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회원국 내에서도 최근 약 1년 사이 4명이 살해될 정도로 기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이들 중 3명이 탐사보도 전문기자일 정도로 사회의 비리와 부패를 고발하는 기자들이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8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불가리아의 젊은 방송기자가 지난 6일(현지시간) 북서부 도시 루세의 다뉴브 강변 근처 한 공원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지역 TV방송 소속 탐사 전문기자인 빅토리아 마리노바(30)는 머리를 강타당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와 자동차 열쇠, 안경, 옷 일부는 사라졌다.
마리노바는 가장 최근에는 자국 기자 2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EU 자금의 오남용을 포함한 사기 사례를 취재하다 지난달 체포됐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언론자유 담당자인 할렘 데시르는 트윗을 통해 "불가리아의 탐사 전문기자 빅토리아 마리노바에 대한 무시무시한 살인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면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책임 있는 사람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불가리아는 언론 자유와 관련해 유럽 내 최악으로 평가되며, 특히 이 나라의 탐사전문 기자들은 단순한 경고에서부터 협박, 신체 및 재산에 대한 물리적 공격에 이르기까지 압력에 노출돼 있다.
마리노바는 최근 약 1년 사이 EU 내 기자로는 4번째로 살해됐다.
지난해 8월 스웨덴의 프리랜서 기자 킴 월(30)은 인터뷰를 위해 덴마크의 발명가 피터 마드센이 자체 제작한 잠수함에 탔다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EU 최소국 몰타의 탐사 전문기자로 정치인들과 유력인사들의 부패, 범죄조직들의 범법 행위를 가차 없이 폭로해 온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53) 기자가 자신의 차량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며 사망했다.
이밖에 올해 2월에는 동유럽 슬로바키아에서 탐사보도 기자 잔 쿠치악(27)이 여자친구와 함께 수도 브라티슬라바 근교 자택에서 각각 가슴과 머리와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쿠치악 기자는 정치인들과 결탁해 탈세를 일삼는 기업인들을 집중적으로 추적해왔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세계 언론인 보호의 날'을 맞아 2017년에만 전 세계에서 언론인 30여 명이 표적 공격으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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