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백일장 장원 카자흐 출신 연대생 "아기자기한 한글 매력적"

입력 2018-10-09 10:35  

한글백일장 장원 카자흐 출신 연대생 "아기자기한 한글 매력적"
압사득 오네게 씨 수필 분야 1등…"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좋아해"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한국어는 정말 어휘가 풍부해요. 그래서 읽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가끔 우울한 기분이 들 때 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한 연설, 강의 영상을 찾아서 봐요. 고급스러운 한국어를 듣다 보면 기분이 풀리거든요."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4학년에 재학중인 압사득 오네게(24) 씨에게 한국어는 듣고 읽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힐링 언어'다.
압사득 씨는 한글날을 맞아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이 주최로 지난 4일 진행된 제27회 외국인 한글백일장에서 수필 분야 장원을 차지한 '한국어 능력자'다.
한글 예찬론자인 압사득 씨는 지난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열렬한 한국 드라마 사랑 때문에 처음 한국을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 아빠가 드라마 '주몽'을 정말 좋아하셨다"며 "고등학교 2학년때인 2012년 우연히 간 한국 문화 콘서트에서 주몽의 주인공인 송일국씨를 직접 볼 기회가 생겨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압사득 씨의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한국어 공부로 이어졌다.
결국 카자흐스탄에서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한국 유학을 결심한 그는 치열하게 공부해 2014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하는 성과를 거뒀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어 억양과 발음이 부드러워 듣기가 좋았습니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언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는 "카자흐스탄은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사용하는 이중언어 국가"라며 "한국어와 카자흐어 모두 알타이어계에 속하는데 두 언어의 어순이 비슷해 생소함이 적었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을 즐겨 읽는 압사득 씨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그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반전이 계속되는 이야기 때문에 이틀 밤을 새워 다 읽었다. 시험 기간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압사득 씨는 한국에 온 첫해인 2014년에도 외국인백일장에 참가하긴 했지만 미흡한 한국어 실력 탓에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동안 백일장 참가를 꺼리다 친한 친구가 지난해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보고 다시 참가를 결심했고, 철저한 준비를 한 덕분에 두 번째 출전만의 장원을 거머쥐었다.
그는 "장원이라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좀 놀랬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며 "준비도 많이 했고 대상을 받고 싶어서 참가 전 '오샛별(압사득씨의 한국 이름) 넌 대상이야'라고 여러 번 자기 최면을 걸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압사득 오네게씨가 제작한 한글 예찬 유튜브 콘텐츠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아나운서를 꿈꾸던 압사득 씨는 최근 콘텐츠 제작자라는 새로운 장래희망이 생겼다.
그는 "한국 문화와 관련한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문화 소개는 물론 카자흐스탄에 대해 소개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물론 그가 소개하려는 한국 문화에는 한글도 빠질 수 없다.
"쌍시옷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웃음 이모티콘(^^)과 비슷해 보기만 해도 좋아요. '옷'이라는 글자도 정말 사람이 옷을 입고 있는 그림과 비슷하고요. 한글은 글자 자체도 매력적이에요. 예쁘고 아기자기하잖아요."
sujin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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