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동생 이지석(20·한양대)은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삼성화재에 지명되고도 웃지 않았다.
잠시 뒤 대한항공이 형 이지훈(23·중부대)을 2라운드 1순위(전체 8번)에서 뽑은 뒤에야, 형제는 함께 웃었다.
이지훈·지석 형제는 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8-2019 남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동시에 '취업'에 성공했다.
형제가 같은 시즌에 남자 프로배구 드래프트에 뽑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생 이지석은 "이렇게 앞 순위에 뽑힐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내가 이 자리에 서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정말 기뻤지만, 형이 지명을 받기 전이라서 감정 표현을 하기 어려웠다. 함께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아 기쁘다"고 했다.
형 이지훈은 "솔직히 동생이 1라운드에서 뽑힌 건 부럽다. 하지만 결국 우리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형제의 아버지 이재호 씨는 흥덕초교에서 코치, 감독을 역임한 배구인이다. 어머니도 육상 선수 출신이다.
이지훈은 "아버지를 따라 배구를 하다가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동생 이지석은 아버지와 형이 배구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배구인'이 됐다.
이지훈은 중학교 때 잠시 코트를 떠났다. 동생은 멈추지 않고 배구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지훈은 "중학교 3학년 말에 다시 배구를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동생에게 많이 배웠다"고 했다.
남성고교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하던 둘은 형이 중부대로 진학하고, 동생은 한양대에 입학하면서 서로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피를 나눈 형제도 '승패' 앞에서는 적이 된다.
이지훈은 "올해 중부대가 한양대를 만날 때마다 패했다.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둘은 프로에서도 서로를 상대한다.
대학에서는 레프트와 리베로를 병행하던 동생 이지석은 프로에서는 리베로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지석과 이지훈은 "열심히 배워서 수비 실력을 더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코트를 벗어나는 순간, 둘은 '형제'가 된다.
이지훈은 "두 형제가 모두 운동을 하니, 부모님이 두 배로 고생하셨다"며 동생을 바라보며 "우리, 부모님께 효도하자"고 했다. 동생도 "형, 우리 효도합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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