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언론인 미 주간지에 회고…"무함마드 왕세자는 독재자" 비판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물론, 그들(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내가 사라지기를 원했다"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한 전후로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미국에 거주하면서 평소 주변에 자신의 신병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미 일간 뉴요커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작가이자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언론인 로빈 라이트는 카슈끄지와 수십 년간 알고 지냈다면서 "그가 그런 말을 했을 때는 과장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안타까워했다.
라이트는 이 글에서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에 충성스러웠고 외국 언론인과 전문가가 사우디의 왕정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었다"며 "그러던 그가 점점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이 됐고 지난해 7월 결국 조국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슈끄지가 라이트에게 "나는 사우디 정부에서 4∼5년간 일하면서 체포되리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는데 그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떠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기고문대로라면 사우디 정부의 압박을 받아 사실상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결행한 셈이다.
라이트는 그의 도미(渡美)와 실종을 지난해 6월 무함마드 빈살만 왕자가 제1왕위계승자(왕세자)로 책봉됐던 흐름과 연결지었다.
실세로 불리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란에 대한 적대, 예멘 내전 개입, 카타르 단교 등 중동을 긴장 국면으로 몰아넣은 강경한 외치와 여성의 권리 증진, 엄격한 이슬람 관습 타파 등 개혁적 내치를 추진했다.
카슈끄지가 미국으로 건너간 시기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왕위 경쟁자, 기업인, 전·현직 고위 관료 등 기득권층과 왕실을 비판하는 성직자, 인권 운동가를 무더기로 체포하는 정치적 숙청 드라이브를 매섭게 밀고 나가던 때다.
이 때문에 무함마드 왕세자는 혁신가라는 호평과 공포군주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라이트는 "올해 8월 카슈끄지가 현 사우디 왕정을 이란의 신정일치(종교 최고지도자가 정치의 정점에서 통치하는 형태)와 비교했다"고 회고했다.
카슈끄지는 그러면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란 최고지도자처럼 돼 버렸다. 그는 독재적이고 완전히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판했다고 라이트는 전했다.
터키 당국은 카슈끄지가 이혼 증명서를 받으려고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내부에서 살해됐다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그가 총영사관을 떠난 뒤 실종됐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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