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가 저유소 화재 범인?…경찰 "CCTV가 증거"(종합)

입력 2018-10-08 22:43   수정 2018-10-09 11:59

외국인 근로자가 저유소 화재 범인?…경찰 "CCTV가 증거"(종합)
풍등, 300m 날아가 휘발유 저장탱크 옆에 추락 불붙어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풍등 날린 것도 '위법'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고양 저유소 대형화재'의 용의자가 스리랑카 출신의 20대 근로자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의 검거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근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날린 풍등 하나가 피해규모 43여억원의 대형화재로 이어졌다는 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만큼,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경기 고양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 30분께 고양시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A(27·스리랑카)씨를 중실화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중실화 혐의란 말 그대로 중대한 과실로 불을 낸 혐의가 있다는 뜻으로, 단순 실화 혐의보다 그 책임이 무겁다.
예컨대 담배꽁초의 불을 끄지 않고 버려 화재가 발생한 경우, 완전한 실수로 보기만은 어렵기 때문에 중실화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40분께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소형 열기구)을 날려 저유소 시설에 풍등이 떨어지게 해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날린 풍등은 공사현장에서 불과 300m를 날아간 뒤 추락했다.

풍등이 휘발유 탱크 바로 옆 잔디밭에 추락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으며, 이때 붙은 불씨가 탱크의 유증환기구를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찰은 풍등이 추락하는 장면부터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까지 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이것이 화재 원인의 중요 증거라고 밝혔다.



다만, 화재의 불씨가 A씨가 날린 풍등에서 시작한 것이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과연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있을지는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비전문 취업비자를 받아 2015년에 국내에 들어온 A씨가 건설현장의 단순 노무직 근로자로서, 주변지역 환경에 어두워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로 풍등을 날렸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때는 일요일 오전이었다. A씨는 사고 당일 문구점에서 풍등을 구매한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즉 누구나 구할 수 있는 풍등을 사서 날렸는데 큰 화재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연유로,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어이없다"는 네티즌 반응이 많이 나왔다.
물론 A씨가 공사현장에서 약 300m가 떨어진 저유소의 화재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도 풍등을 날린 것으로 밝혀질 경우 중실화 혐의를 면치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실화 혐의가 인정되면 A씨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중실화 혐의와 별개로 풍등을 날린 것만으로도 A씨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말 개정, 시행된 소방기본법에 따라 화재예방을 위해 풍등 등 소형 열기구를 날리는 행위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를 어길 시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왜 풍등을 날렸는지 등 범행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9일 오전 10시께 언론 브리핑을 연다.
su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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