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구단 "협회에 연간 6억원이나 지원하는데…" 명분 없다 반발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대한민국배구협회가 대한체육회 선수 등록을 명분 삼아 프로 구단 선수들에게 과도한 등록비를 일방적으로 요구해 논란을 불렀다.
10일 배구계에 따르면, 협회는 프로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과 아무런 협의 없이 각 프로 구단 선수, 감독, 코치 선수 등록비를 1인당 10만원으로 받기로 정하고 이를 배구연맹에 통보했다.
배구연맹 소속 남녀 구단은 지난 2일 이사회에서 협회의 통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뜻을 모았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체육회에 가입한 회원종목단체는 체육회 등록시스템에 선수 등록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 뛸 수 있다.
차이는 있지만, 다른 협회 또는 연맹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1인당 수 천원에서 기껏해야 수 만원 정도를 등록비로 받는다.
걷힌 돈은 대부분 협회 또는 연맹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협회 산하 각 연맹에 소속된 초·중·고·대학·실업 선수들과 달리 협회 주관 국제대회에만 출전하는 프로 선수들에게도 선수 등록비를 받는다는 건 지나친 처사라는 말이 나온다.
배구협회와 배구연맹은 서로 다른 별개의 독립 단체다.
A 구단 관계자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가령 프로 선수가 선수 등록비를 내지 않으면 대표팀에 발탁될 수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B 구단 관계자도 "협회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나 연맹이나 구단에 지원금을 요구하는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반응했다.
프로 구단은 연맹이 협회에 국가대표 전임 감독 연봉 등 대표팀 운영자금으로 연간 6억원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협회가 또 운영자금을 충당하고자 등록비를 요구하는 건 명분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6억원은 오로지 대표팀 운영 예산으로만 사용된다. 협회는 이 돈으로 다른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게다가 연맹과 협의도 없이 갑자기 등록비를 요구했고, 1인당 10만원으로 등록비를 정한 산출 기준도 없다고 비판했다.
배구협회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방침에 따라 독점적인 지위를 누린다.
FIVB는 한 나라의 대표 배구 단체를 1개만 인정한다. 우리나라에선 배구연맹이 아닌 배구협회가 대표 단체다.
이런 지위는 협회가 프로 선수들에게 등록비를 받겠다는 근거로 작용한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1개국 1단체만 인정한다. FIFA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대한축구협회 산하 단체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는 프로 선수들의 등록비를 받지만, 배구협회처럼 '비싸게' 등록비를 책정하진 않았다.
팀은 1년에 40만원, 선수는 1만원 정도를 등록비로 낸다고 축구계 관계자는 전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F)은 국가별 대표 단체 인정과 관련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아마추어 대회를 관장하는 단체, KBO 사무국은 프로 단체로 역시 별개 단체다.
이에 따라 야구협회가 프로 선수들의 등록비를 받을 근거가 없다. 또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 KBO는 야구협회의 위임을 받아 그간 대표팀을 운영해왔다.
배구협회처럼 역시 국제농구연맹(FIBA)의 지침에 따라 독점 지위를 누리는 대한민국농구협회는 프로 선수 등록비를 1년 유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협회는 지난 2013년에도 자금난을 타개하고자 FIVB 규정과 달리 프로 구단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국제이적동의서(ITC) 확인 대가로 선수 1인당 3천만원씩 받겠다고 구단에 요구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이를 철회했다.
FIVB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프로 구단이 해당 선수의 국가배구협회에 이적 수수료를 준다. 김연경(30)을 영입한 터키 엑자시바시 구단이 우리나라 배구협회에 이적 수수료를 주는 것이다.
배구협회는 이와 달리 우리나라 프로 구단에 수수료를 받으려다가 비난을 자초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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