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터빈부품' 中업체, 제품코드 바꿔치기로 美관세 회피

입력 2018-10-09 14:50   수정 2018-10-09 15:03

'강판→터빈부품' 中업체, 제품코드 바꿔치기로 美관세 회피
제3국 경유 '원산지 속이기' 이어 수출 업체들에 횡행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 오리건주의 목재 수입업자 데이비드 비스는 지난 6월 어느 날 공급업체로부터 관세가 붙지 않은 중국산 합판을 사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미국이 중국산 합판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지 7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물었다. 수입 제품마다 식별 코드가 있어 미국 세관이 이 코드를 확인한다.
공급업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합판에 적힌 중국어를 지우고 코드도 바꿔서 보낸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이처럼 수입 제품의 식별 코드를 바꿔치기하는 것이 관세를 피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3국을 경유해 화물을 다른 배로 옮겨실으면서 원산지를 속이는 방법 외에 '코드 바꿔치기'도 성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는 코드가 붙는다. 각종 제품을 세부적으로 분류하는 코드 시스템은 'HTS'라 불리는데 1만8천927개 제품이 대상이다.
미국의 수입업자와 세관 관리, 무역 변호사와 운송업자들에 따르면 관세가 높아지자 코드를 바꿔 관세를 피하는 행위도 늘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트럼프 관세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중국의 수출업자들은 여러 웹사이트에서 관세 코드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무역 변호사인 티머시 브라이트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라고 명령한 뒤 중국 강판의 제품코드가 터빈 부품으로 바뀌어 수입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강판 수입은 작년 동기보다 11% 감소했지만, 터빈은 121% 급증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다이아몬드 톱날은 미 상무부의 덤핑 판정으로 82%의 관세가 붙는다. 하지만 미국 세관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제조업체가 통제하는 캘리포니아의 수입업체 2곳이 코드를 숫돌로 바꿔 관세를 피했다.
합판에는 나무 종류와 두께에 따라 88개 제품코드가 있다. 2016년 11월 미국 상무부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합판인 하드우드에 대해 덤핑 조사를 시작하자 중국 업체들은 곧바로 이 합판의 코드를 관세가 0∼8%로 낮은 소프트우드 합판으로 바꿔 수출하기 시작했다.
2017년 미국이 수입한 중국제 하드우드 합판은 20% 감소했지만 소프트우드 코드가 붙은 합판은 549%나 급증했다.
2017년 11월 미국은 하드우드 합판에 183%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올해 상반기 소프트우드 합판 수입은 1년 전보다 983% 늘었다.
미국이 매년 관세 회피로 손해 보는 금액은 매년 적어도 5억5천만달러(약 6천억원)는 될 것으로 관리들은 추산한다.
미국 세관이 수입품을 실제로 열어서 검사하는 것은 5%도 되지 않는다.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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