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언론인 피살의혹에 왕실 우군 트럼프도 "매우 우려"

입력 2018-10-09 16:02   수정 2018-10-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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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언론인 피살의혹에 왕실 우군 트럼프도 "매우 우려"
폼페이오 "철저 조사·투명 공개" 요구
해외 사우디 반체제 인사들 "압력 느껴왔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터키 이스탄불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59) 피살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의 우군으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도 8일(현지시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슈끄지 피살 의혹에 관한 질문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지금 당장은 그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지만 매우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동맹국으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방문 국가로 사우디를 찾았으며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최근 국제유가, 시리아 정책 등과 관련해 사우디를 압박하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그동안은 사우디 왕가에 대한 비판에도 그들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미국의 외교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실종 언론인의 소재와 안전에 관한 상반된 보도를 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미국은 그의 실종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사우디 정부에 "카슈끄지의 실종에 관한 철저한 조사를 지원하고,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사우디 일간 알와탄의 편집국장 출신 언론인인 카슈끄지는 워싱턴포스트(WP) 등 국내외 매체에 사우디 정권과 왕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왔다.
그리고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행방이 묘연하다.
사우디 총영사관은 카슈끄지가 볼일을 보고 떠났다고 밝혔지만, 터키 경찰은 그가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된 것으로 판단했다.
WP는 이날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사진을 공개했다. WP는 '사건 조사와 밀접한 인물'이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제공]
카슈끄지가 사라지기 전에도, 해외에 거주하며 사우디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반체제 인사들은 이미 정부의 압력을 느껴왔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 인사는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의 명성 때문에 그를 표적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젊은 빈살만 왕세자는 조국을 현대화하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비판 세력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여성인권 활동가를 구속하고, 고위 왕족과 사업가들을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런던에 거주하며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목소리를 내는 가넴 알-도사리는 "이건 '당신이 어디에 있든, 우리 손이 닿을 수 있다'는 아주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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