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연, 작은 아버지가 사준 장비로 '금빛 질주'…"가족들이 힘"

입력 2018-10-09 17:09  

이도연, 작은 아버지가 사준 장비로 '금빛 질주'…"가족들이 힘"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 핸드사이클에서 2회 연속 2관왕



(자카르타·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동칠 기자 = '철녀' 이도연(46·전북)이 새로 마련한 장비를 타고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핸드사이클 부문 2회 연속 2관왕에 오른 데는 가족의 힘이 원동력이 됐다.
이도연은 9일 오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의 센툴 국제 서키트에서 열린 대회 핸드사이클 여자 로드레이스(스포츠등급 H2-4) 결선에서 1시간 15분 16초 71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며, 전날 여자 도로독주 금메달에 이어 2관왕이 됐다.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2관왕이다.
이도연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기뻐야 정상인데 그냥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나에게는 더 크다"면서 "오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다. 달리다 보면 멈추고 싶고, 쉬고 싶고,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걸 이겨내고 달려온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늘 뒤에서 힘을 주는 가족들 덕분에 아픔을 빨리 떨치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를 두 달 앞둔 지난 8월 이탈리아 마니아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장비 불량 탓에 제대로 된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는데, 작은아버지가 선뜻 새 장비를 사라며 2천만원을 내줬던 것.
그는 "작은아버지가 세계선수권에서 장비 불량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우셨다고 하더라"면서 "적지 않은 돈인데도 열심히 하라며 건네셨다. 장비에 문제가 있으면 또 사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보험을 든 듯한, 든든한 느낌이 든다"며 되돌아봤다.
1991년 건물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장애 이후 아이들을 키우며 평범한 생활을 했다.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던 그를 밖으로 이끈 것은 어머니 김삼순(70)씨였다.
그는 "내가 다치고 나서 어머니가 많이 울었다. 엄마가 사람들에게 내가 밖에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탁구를 시작했다. 나가니까 좋아하셨는데 그 이후로는 집에 잘 들어가질 않는다"고 환하게 웃었다.
탁구, 육상을 거쳐 핸드사이클을 한다고 했을 때 고가의 장비를 사라며 돈을 내준 것도 어머니였다. 1천만원이 훌쩍 넘는 장비를 사주고는 일주일 뒤에 이도연을 향해 "힘들면 안 해도 되니 자전거 때문에 하지는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늘 세 딸인 설유선(25)·유준(23)·유휘(21)를 위해 달린다.
그는 "첫째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길을 가다 친구들을 만나니까 우리 엄마라며 인사를 하라고 하더라. 다른 엄마들은 건강한데 나는 그렇지 못하니 창피했다. 큰 딸에게 물어보니 '엄마가 왜 창피하냐'며 화를 내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엄마를 당당히 여겨준다. 딸들에게 엄마가 보물"이라면서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 해줬는데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달리고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장애인 전국체전까지 마치면 겨울 종목인 노르딕스키 선수로 변신한다. 그를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서게 만든 종목이다.
이도연은 "항상 거기에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훈련한다"며 "하나 하기도 바쁜데 조금 벅차다는 느낌은 들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대해 "이제 준비해야죠"라더니 "운동선수니 금메달이 욕심난다. 은메달밖에 못 따서 스스로 만족을 못 하겠다.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것은 꼴찌를 해도 괜찮지만, 패럴림픽 금메달만은 정말 갖고 싶다"며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022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도전 여부에 대해선 "일단 도쿄에 올인하겠다"면서도 "금메달을 따고, 체력적으로 괜찮다면 또 도전해야죠"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chil881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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