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그날은 참 지독했다. '돌부처'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이라도 흔들릴만한 경기였다.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5위 KIA 타이거즈와 6위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13차전.
혹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오를 팀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라고 해서 '준 와일드카드결정전'이라고 불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롯데는 3-8로 뒤지던 경기를 8-8로 따라잡았고, 8-9로 패색이 짙던 9회말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다.
다음 날 kt wiz와의 더블헤더를 앞두고도 롯데는 불펜을 아낌없이 썼다. 이판사판, 사생결단의 승부였다.
그 경기에서 롯데 마무리 손승락은 연장 10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올라오자마자 첫 타자 박준태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관중석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다음 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설상가상으로 나지완의 타구를 좌익수 전준우가 타구 판단을 잘못해 만세를 부르면서 무사 만루가 됐다.
졸도할만한 상황이 거듭됐음에도 손승락은 무너지지 않았다. 손승락은 그 절체절명의 위기를 1점으로 막아냈다.
롯데는 공수교대 후 연장 10회말 민병헌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다시 10-10 동점을 이뤘다.
연장 11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은 세 타자로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고, 롯데는 11회말 문규현의 끝내기 안타로 끝장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롯데의 올 시즌 막판 상승세는 팬들 사이에서 '역대급 시즌'으로 불리는 지난해 후반기를 뛰어넘는다.
롯데는 9월 16일만 해도 5위에 7경기 차로 뒤져 '가을야구'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9월 세 번째 주부터 이날 경기까지 최근 17경기에서 14승 3패를 거두는, 독보적인 레이스로 5위 KIA를 어느새 승차 없이 따라붙었다.
최근 17경기 승률은 자그마치 0.824에 달한다.
롯데의 지난해 후반기 진격의 중심에는 마무리 손승락이 있었다.
손승락은 지난해 61경기에서 1승 3패 37세이브를 거둬들이며 뒷문을 완벽하게 잠갔다.
그 덕분에 지난해 8월 초까지 7위에 그쳤던 롯데는 후반기 승률 0.684(39승 1무 19패)의 놀라운 성적으로 최종 3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5년 만의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넣었다.
손승락의 올 시즌 막판 활약은 지난해 후반기와 겹친다.
손승락은 최근 11경기에서 단 하나의 자책점 없이 2승 9세이브를 수확했다.
올해 전반기 결정적인 고비마다 무너지며 눈물을 흘렸던 손승락은 시즌 막판 눈부신 투혼으로 그 빚을 몰아서 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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