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소프트웨어 기업이 왜 '틈새 취미' 하드웨어에 집착하나
블룸버그 "생명공학, 무인자동차, 클라우드 등 미래 기술 집중해야"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18개월 동안 출하된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폰은 약 500만대다. 애플 아이폰의 8일 치 판매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 세계 최대 검색엔진이자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은 출시 2년 된 픽셀폰을 '실패작'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구글은 9일 뉴욕에서 열린 신상품 발표회에서 3세대 픽셀폰 두 종류(픽셀 3, 픽셀 3XL)와 12인치 노트북 겸용 태블릿 크롬북 '픽셀 슬레이트',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지닌 '구글 홈 허브' 등 하드웨어 제품군을 공개했다.
픽셀 3은 799달러(90만 원), 3XL은 899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와 경쟁하게 될 픽셀 슬레이트는 599달러로 책정됐다. 키보드는 별도로 199달러에 판매된다.
신상품 발표회에서 구글 임원들은 할머니가 눈을 깜빡거리고, 강아지가 이리저리 뛰어노는 상황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가족사진을 찾아낼 수 있는 개선된 카메라 기능을 설명했다.
또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고, 조명과 난방, 현관문 잠금 등 스마트 홈 기기를 통제할 수 있는 '구글 홈 허브'는 스마트 스피커의 진전된 모델로 보였다.
특히 아마존의 알렉사, 애플의 시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와 치열한 경쟁을 하는 인공지능(AI) 비서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를 향상시켜 모든 기기를 목소리로 통제하는 시대를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도 분명히 했다.
소프트웨어 또는 인터넷 거대기업들이 '틈새 취미'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구글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본업'외에 각종 하드웨어를 제작해 판매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가 컴퓨터 '서피스'는 상대적으로 덜 팔렸다고 해도 PC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전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의 에코 기기들은 지난 4∼6월 분기에 약 360만 대를 팔아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음성 제어 컴퓨터를 통한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 범위를 확장하면 또 다른 아마존의 수익 창출 모델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도 자신들의 기술을 픽셀폰이나 태블릿 PC를 통해 구현시켜 자신들의 유망한 아이디어를 확산시키려는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의 최대 안드로이드 파트너인 삼성이 자체 '빅스비' 음성 플랫폼을 포함해 자체 서비스 구축을 위한 운영체제를 계속 사용하면서 구글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보다 유연하게 통합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매년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10억 개 이상의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고 있고, 크롬 웹 브라우저와 유튜브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미 구글의 기술은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구글이 기술 구현을 위해 자체 하드웨어 제품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어차피 시장 지배력을 갖지 못할 하드웨어 기기에 자체 역량의 상당 부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생명과학, 무인자동차, 클라우드 컴퓨팅 등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미래 제국의 기초가 될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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