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저유소 화재' 외국인 노동자만 책임질 일인가

입력 2018-10-10 18:19  

[연합시론] '저유소 화재' 외국인 노동자만 책임질 일인가

(서울=연합뉴스) 경찰이 밝힌 고양 저유소 화재 발생 책임을 놓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찰이 화재의 원인으로 밝힌 풍등에 불을 붙여 날린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풍등이 저유소 잔디에 떨어졌고, 불이 저유탱크에 옮겨붙었다는 게 경찰의 조사 결과다. 하지만 시민들의 시각은 다르다. 저유소의 안전·경보설비 미비와 안전 관리 부실로 대형 화재로 이어졌는데 경찰이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의 실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여론을 담은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시스템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 대신에 스리랑카인 한 명이 제물이 되는 것 같다"고 썼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이 그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한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스리랑카인 노동자에 대한 구속영장 철회를 촉구했다. 하 의원은 "풍등은 그냥 허공에 띄우는 것인데 그 풍등이 근처 저유소로 날아가 큰 불이 날 확률은 풍등이 하늘에 떠올라 벼락 맞을 확률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중실화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화재의 책임을 스리랑카 노동자한테 모두 전가하려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실제 책임은 대한송유관공사에도 있다"고 했다.

경찰 발표대로 CCTV 화면상으로 봐도 풍등이 직접적 화재 원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휘발유가 가득 담긴 대형 저유시설이 풍등 하나로 인해 아찔한 대형 화재로 이어진 것은 저유시설의 안전·경보시설 미비와 안전 시스템 미작동 때문으로 봐야 한다. 풍등이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져 탱크에 옮겨붙을 때까지 18분 동안 저유소 관리자들이 불이 난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 자체가 이를 뒷받침한다. 화재 발생 이틀 전 인근 초등학교에서 열렸다는 풍등 행사는 지난 8년 동안 매년 열렸는데도 소방당국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실상이 이러하니 스리랑카인 노동자를 유일한 범인으로 모는 듯한 경찰의 행보에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검찰이 A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수사 미흡'을 사유로 반려했다. A씨가 이번 화재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유소 관리자인 대한송유관공사의 안전불감증과 풍등 관련 법제의 미비가 A씨의 책임보다 훨씬 크다는 게 여론이다. 경찰은 최초의 화인(火因)에만 집착하지 말고 풍등 한 개가 어떻게 저유시설 탱크를 폭발시켰는지 그 과정을 총체적으로 조사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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