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기원 박태주 교수팀, 연골 형성 관여 유전자 발견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연골 재생을 유도해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개구리 연구를 통해 찾아냈다.
11일 울산과기원은 생명과학부 박태주 교수팀이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발생 연구로 '인테그린 베타 라이크 원'(InTeGrin Beta Like One·이하 ITGBL1) 유전자가 연골 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또 이 유전자를 조절하면 관절염 악화를 막고, 연골 재생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관절염은 대부분 뼈와 뼈 사이 연골이 닳아 발생한다.
연골은 구조상 다른 세포나 조직처럼 쉽게 재생되지 않는다.
연골세포는 단단한 세포 밖 물질(세포외기질)과 꾸준히 신호를 주고받으며 견고한 조직을 만드는데, 이때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박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연골세포가 세포외기질과 신호를 주고받는 데 이용하는 '인테그린'(Integrin) 단백질에 주목했다.
세포 표면에 있는 이 단백질은 연골세포에 신호를 보내 초기 연골조직이 만들어지도록 돕는다.
그러나 연골조직이 어느 정도 꼴을 갖추면 오히려 인테그린 신호가 연골 형성을 방해한다.
따라서 특정 시점에 이 신호를 줄여야 연골조직 형성이 쉬워진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알아내면 연골 재생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 교수팀은 해당 유전자를 찾기 위해 실험동물로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활용했다.
이 개구리는 실험실에서 쉽게 다룰 수 있고, 유전적으로도 사람과 비슷해 오래전부터 이용돼왔다.
또 체외 수정을 하기 때문에 수정란을 쉽게 얻을 수 있고, 배아가 성체로 변하는 발생 과정이 빨라 연구하기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얼굴 뼈는 먼저 형성된 연골이 딱딱하게 굳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박 교수팀은 얼굴 연골로 분화하는 연골세포에서 'ITGBL1' 유전자가 많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유전자는 연골세포가 연골조직을 만드는 과정 중 인테그린 신호가 줄어들어야 하는 시기에 맞춰 분비됐다.
ITGBL1 유전자가 발현돼 만들어진 ITGBL 단백질이 인테그린 신호를 억제해 연골조직 생성을 촉진한 것이다.
개구리 얼굴 연골 형성 과정은 관절 사이에 있는 연골과 똑같기 때문에 이 유전자의 작동 원리를 알게 되면 사람의 관절염을 치료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박 교수는 "관절염이 생기면 특정 효소가 나와 연골을 분해하고, 분해된 조각이 다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며 "이 현상은 인테그린 활성 때문에 발생하는데, ITGBL1 단백질이 분비되면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ITGBL1 단백질이 세포 외부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바이오 신약으로 활용될 수 있고, 세포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박 교수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한 관절염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인테그린은 관절염뿐만 아니라 암, 과민성대장증후군, 건선 등 다양한 질환과도 연결돼 있다"며 "이번 연구로 ITGBL1 단백질이 인테그린 활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다양한 질환의 신약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열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아주대 의과대학 양시영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10월 10일(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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