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는 伊…"내년 예산안 변경 없다"

입력 2018-10-11 02:10  

국내외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는 伊…"내년 예산안 변경 없다"
금융시장 불안 지속…국고채 1년물 금리, 5년만에 최고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재정적자를 대폭 늘린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대해 국내외에서 연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으나, 이탈리아 정부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조반니 트리아 이탈리아 재정경제장관은 10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의회예산청(UPB)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예산 계획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 예산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증진하기 위해 2014년 설립된 독립 기구인 UPB는 앞서 9일 정부가 향후 성장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제시했다며 예산안 승인을 거부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빈곤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제공, 세금 인하, 전임 정부의 연금 개혁안 폐지 등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내년 예산의 재정적자를 직전 정부의 계획보다 3배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했다.
정부는 이 같은 확장 예산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 내년에는 GDP가 1.5%, 후년에는 1.6%, 2021년에는 1.4%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률 추정치는 UPB의 1.1∼1.3%, 국제통화기금(IMF)의 1.0%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이다.
유럽연합(EU), IMF, 이탈리아 중앙은행을 비롯해 거의 모든 국내외 기관들은 GDP의 130%가 넘는 막대한 공공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가 재정적자를 크게 늘릴 경우 채무 위기로 이어져,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트리아 장관은 그러나 이날 의회에서 UPB 등은 "파편적이고, 오래된 자료에 근거해 성장률을 산정했다"고 주장하며, 원래 예산안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포퓰리즘 정부의 한 축인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우리의 예산은 이탈리아에 도움을 주는 예산"이라며 "국채 시장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탈리아 1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949%로 상승,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이탈리아 금융 시장은 포퓰리즘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계획에 연일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이다.
포퓰리즘 연정을 주도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도 "우리의 예산안은 이탈리아가 수년 동안 기다려온 용기 있는 예산안"이라고 자평하며, 한 발짝도 후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이 이탈리아의 신용 등급을 조만간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일간 라 스탐파에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예산안을 '실수'라고 규정하며, "장기적으로 이탈리아 경제와 예산 건전성에 있어 도박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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