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치유" 고개숙인 문대통령…상처 딛고 '평화의길' 강조(종합)

입력 2018-10-11 19:45   수정 2018-10-12 07:06

"강정마을 치유" 고개숙인 문대통령…상처 딛고 '평화의길' 강조(종합)
주민들 직접 만나 사실상 사과…미래로 향하기 위한 치유·화해 메시지
"아픔을 평화로 승화" 4·3에 비유…크루즈 관광 등 번영비전도 제시
"전쟁 아닌 평화의 거점"…한반도 해빙 국면서 '힘을 통한 평화' 기조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해군기지 문제로 오랜 기간 갈등에 휩싸였던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을 직접 만나 고개를 숙였다.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뒤 진행한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실상의 사과를 했다.
여기에는 강정마을이 분열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 정부가 그 잘못을 인정하고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는 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 논의가 속도를 내는 시점에서, 그동안 '갈등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제주 강정마을을 '화해와 치유의 상징'으로 탈바꿈시켜 함께 평화의 길에 나서는 모습을 세계에 각인시키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애초 이번 관함식이 제주에서 열린다는 것이 알려지자, 해군기지 찬반 문제로 홍역을 치러 온 강정마을 주민들의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실제로 강정마을 기지반대주민회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에도 해군기지 앞에서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관함식을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문 대통령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관함식 후 강정마을을 찾아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할 때도 "정말 야단을 많이 맞을 각오를 하고 왔는데,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아픔이 많을 줄 안다"고 주민들을 위로하고서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실상의 사과를 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껴안고 나선 데에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참여정부 당시 결정됐으나, 이후 기지건설 과정은 참여정부가 구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안타까운 심정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정마을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갈등을 무조건 묻어두기보다는 문제를 직시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가야 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관함식을 제주가 아닌 부산·진해 등에서 개최하자는 의견도 정부 내에서는 검토됐으나,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관함식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에는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한다"며 주민 사면복권 등 적극적인 후속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왜 관함식으로 상처를 또 헤집느냐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이왕 해군기지를 만들었으니 강정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크루즈 활성화를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 등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관함식 제주 개최를 관철하고 강정마을 주민들과 만남을 추진한 데에는 국방력 강화가 곧 평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소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민들을 만나 "하와이도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가 있었지만, 평화의 섬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고, 판문점도 남북이 최일선에서 부딪히는 장소였지만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번영을 누리고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 역시 평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4·3 항쟁을 거론하며 "제주도민은 아픈 역사를 평화의 상징으로 승화시켜냈다"고 평가, 한반도 해빙 무드에서 제주가 다시 한번 '평화의 섬'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전략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비핵화 논의 진전 및 남북 군사긴장 완화 조치 등이 맞물리며 한반도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그동안 문 대통령은 이럴 때일수록 튼튼한 국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될 수 있는 안보 불안 우려를 불식하는 것은 물론, 평화를 향한 여정에 좌우 이념을 초월해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해군기지를 평화거점으로…평화의 길 끝끝내 갈 것"/ 연합뉴스 (Yonhapnews)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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