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어머니 유해도 낙동강에 뿌려 '사후 재회' 기원
(칠곡=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한국전쟁 때 실종된 미국 육군 중위의 아들과 딸이 11일 경북 칠곡군 호국의 다리를 찾았다.
미군 중위 제임스 엘리엇의 아들 짐 엘리엇(71)과 딸 조르자 레이번(70)씨 남매는 낙동강 칠곡보에서 열리는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12∼14일)에 참석하기 위해 칠곡군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아버지 엘리엇 중위는 1950년 8월 27일 낙동강전투 때 호국의 다리 부근에 야간 경계근무를 나간 뒤 실종됐다. 당시 29살인 그는 아내 알딘 엘리엇 블랙스톤과 3살 아들, 2살 딸을 두고 참전했다.
65년간 남편을 그리워하던 부인은 2015년 2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과 딸은 그해 한국을 찾아 어머니 유해를 호국의 다리 아래에 뿌려 65년 만에 부모의 사후 재회를 염원했다.
두 번째 한국을 찾은 남매는 호국의 다리에서 백선기 칠곡 군수와 함께 헌화하고 부모의 영면을 기원했다.
또 호국의 다리 밑에 마련된 자신들의 슬픈 사연을 소개한 한글·영문 추모 안내판을 살펴보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남매는 이어 세계평화문화대축전이 열리는 칠곡보 생태공원에서 증강현실(AR)로 가족의 아픔을 표현한 '나를 기억해줘'를 감상했다.
아버지의 장교 임관, 부모의 만남, 아버지 사망, 부모의 사후 재회를 표현한 4개의 대형 그림에 태블릿PC를 비춘 증강현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12일에는 한국전쟁 때 미군들이 학살된 303고지를 찾아 추모하고 세계평화문화대축전 개막식에서 명예군민증을 받는다.
조르자 레이번 씨는 "아버지 희생과 우리 가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한국과 칠곡군민이 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 전쟁의 아픔을 널리 알리고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우리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분들에 대한 예우에는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엘리엇 가족의 슬픈 사연을 통해 전쟁의 잔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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