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에 고객 정보 제공…스위스 은행비밀주의 타격
대법원 "외국서 이뤄진 정보유출은 처벌 불가"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2011년 폭로 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고객의 탈세 의혹 정보를 넘긴 혐의로 기소됐던 전직 스위스 은행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고 AP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전날 고객 정보유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은행원 루돌프 엘머 사건에서 3대 2로 검찰 항소를 기각하며 엘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엘머는 2002년 해고될 때까지 스위스 사설은행 율리우스 베어의 역외은행인 케이맨제도 지점에서 8년간 지점장으로 일했다.
그는 2011년 1월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에게 탈세가 의심되는 계좌 2천 개의 정보가 담긴 CD 2장을 건넸다. 그는 2008년에도 위키리크스에 역외은행 정보를 제공했다.
스위스 은행법은 은행 직원에게 고객 정보를 외부로 유출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 유지 엄수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위스 은행들은 전 세계 검은돈의 은신처가 돼왔지만, 최근에는 탈세와 전쟁을 벌이는 미국, 유럽 조세 당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엘머는 2016년 취리히 고등법원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엘머가 스위스 밖인 케이맨제도 지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스위스 은행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외국에서 근무하는 은행 직원들을 고객 정보유출로 처벌할 수 없다면 은행비밀보호 원칙이 약화할 것이라며 항소했다.
연방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스위스 밖에서 이뤄지는 고객 정보유출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엘머와 그의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에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방 대법원은 다만 엘머가 문서를 위조하고 해고 문제로 사측을 위협한 부분만 유죄로 판단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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