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봄 군산공장 폐쇄로 한국경제에 충격을 줬던 GM의 '한국 철수설'이 다시 나도는 모양이다. 소문은 한국GM이 현재의 디자인과 연구·개발(R&D) 부문을 분리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법인 분리에서 비롯됐다. 한국GM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란 법인 분리를 의결한 데 이어 19일 주총에 분리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노조는 GM 측의 R&D 법인 분리가 구조조정 비용이 많이 드는 부평공장 등 생산법인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며 15∼1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기로 했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법인 분리 이유를 먼저 설명하라며 19일 주총을 막고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고 한다. 모두 군산공장 폐쇄에 충격을 받았던 터라 진위를 떠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산업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을 채택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10일 국감에 불출석하자 철수 소문이 증폭됐다. 그가 호주에서 GM 철수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라는 경력은 소문을 더욱 키웠다. 이날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국GM의 R&D 법인 분리는 정부와 GM이 체결한 정상화 방안을 위반한 것'이라며 GM을 성토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한국GM의 법인 분리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GM 측은 한국 철수 가능성을 일축한다. 지난 5월 한국에 최소 10년 머물면서 36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산은과 합의했는데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GM의 R&D 법인 분리가 생산법인 매각을 위한 수순인지는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GM 측이 지난 5월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규투자를 약속하고, 이에 우리 정부는 산은을 통해 공적자금 8천100억원을 투입하기로 GM-정부-산은 간 협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무시하고 디자인·R&D 법인을 뺀 부평공장 등 생산법인을 매각한다면 대규모 소송과 함께 '꼼수 철수'란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고 우리가 GM의 '한국 철수' 걱정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현재 흔들리는 한국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자동차 생산 생태계를 시대에 맞게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이들은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업체 수직계열화에 매달리지 말고 부품 공유로 부품업체의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조들도 생산성은 낮은데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 비아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생산에 매력적인 기지로 소문이 나면 지금처럼 GM 철수를 걱정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