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 청년은 왜 숲으로 들어갔나…27년 은둔의 기록

입력 2018-10-11 17:50  

얼리어답터 청년은 왜 숲으로 들어갔나…27년 은둔의 기록
세속 떠나 자연속 고독 택한 남성 다룬 '숲속의 은둔자'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다.
속세를 등지고 자연 속에 묻혀 홀로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 사연을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데, 각박하고 바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이 어느 정도 대리만족을 느낀 듯하다.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 신간 '숲속의 은둔자(살림 펴냄)'는 무려 30년 가까운 세월을 숲속에서 홀로 지낸 진짜 '자연인'을 다룬 실화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컴퓨터 기술자를 꿈꾸던 약관의 얼리어답터 청년은 1986년 어느 날 집에서 멀리 떨어진 메인 주 한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깊은 숲속으로 사라져갔다.
안정된 직업도 있고 똑똑하다던 이 청년은 이로부터 무려 27년간 사회체계로 복귀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한다.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로 일컬은 이 은둔자 이름은 크리스토퍼 나이트. 2013년 4월 4일 은신처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야영장 등지에서 계속한 오랜 절도 행각이 발각돼 체포되면서 평생을 숲속에 숨어 지내려던 그의 계획도 좌절됐다.
1천여 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 그의 절도 행각은 오직 생존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한 해 평균 40회 정도 식료품을 훔쳤고 가끔 옷이나 읽을거리를 몰래 가져오기도 했다.
야영장 등지에서 물건이 자꾸 사라지자 인근 주민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북쪽 연못의 은둔자'에 대한 괴담이 떠돌았다. 하지만 꽤 긴 세월 이어진 그의 도벽은 야영장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적발되면서 끝을 보게 된다.


뉴욕타임스 기자였다가 기사 조작 사건으로 해고된 이후 슬럼프를 겪던 프리랜서 언론인 핀클에게 나이트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동경의 대상이 됐다. 캠핑과 자연 속에서의 독서를 즐기는 핀클에게 나이트는 일면 부럽기도 한 용기 있는 사람으로도 보였다.
나이트가 왜 청년 시절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숲에서 은둔 생활을 했는지, 미 동북부 메인주 매서운 추위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등은 의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7년간 세상을 등진 그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고, 경찰 역시 그의 절도 혐의 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언론인의 본능이 발동한 핀클은 나이트에 대해 깊이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무작정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나이트로부터 답신이 오면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핀클은 서신 교환뿐 아니라 나이트를 아홉 차례나 직접 면회하고 재판마다 참관해 취재했다.
은둔 장소였던 야영장도 수차례 직접 답사하고 주변 별장 소유주와 야영장 직원, 나이트를 체포한 경찰까지 140명이 넘는 관련자를 직접 인터뷰했다.
저널리스트가 기록한 은둔자의 삶은 이렇게 탄생했다. 나이트는 수감 생활을 마치고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적응 훈련을 통해 사회로 복귀하게 될까. 저자는 책에서 담담한 문체로 이런 궁금증들을 해소해 나간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뽑혔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저자 핀클은 에드거 상 최우수 범죄 실화 부문 후보에 오르며 영화로도 만든 '트루 스토리'를 저술해 명성을 얻었다.
손성화 옮김. 312쪽. 1만4천 원.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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