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무역협정 합의 때까지 '당분간' 영국 전체 관세동맹 잔류
북아일랜드는 상품 관련 단일시장에도 머무를 듯…DUP 등 반발이 변수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오후 이른바 '브렉시트 전시내각'(Brexit war cabinet)을 소집했다.
다음주 중 오는 17~18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이날 '전시내각' 회의에는 메이 총리를 포함해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리암 폭스 무역부 장관,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 등 모두 12명의 주요 각료가 참석한다.
메이 총리는 이들에게 아일랜드 국경 문제의 해법으로 당분간 영국을 EU 관세동맹 하에 두는 방안을 설명한 뒤 참석자들의 합의를 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전체 내각 회의를 소집해 영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에 합의하면서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영국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만 EU의 관세동맹 안에 두는 '안전장치'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방안이 시행되면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섬 사이에 국경이 생기고, 이는 영국 영토의 통합성을 저해하는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영국의 입장이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메이 총리는 대안 중 하나로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 안에 두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에 따르면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한다.
영국 본토는 EU 단일시장에서도 제외되지만, 북아일랜드는 상품 교역과 관련해 단일시장에 잔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관세동맹은 제3국에 대해서 공동의 관세를 부여하는 연합체를 뜻한다. 즉 EU 관세동맹은 EU 회원국 간에는 상품 교역에 관세를 매기지 않되 제3국에 대해서는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한다.
일단 상품이 영국이든 독일이든 간에 EU 회원국에 들어올 때 관세가 한번 부과되면 다른 회원국으로 넘어갈 때는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단일시장은 더 나아가 EU 역내에선 노동, 자본, 상품, 서비스 등 4대 요소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중 EU 회원국 국민이 다른 회원국에서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원칙이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EU는 회원국 간에 규제일치를 통해 단일시장을 계속 구축해오고 있다.
메이 총리의 방안에 따르면 영국 본토는 브렉시트 후 EU 단일시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규제를 수립할 수 있다.
북아일랜드는 상품 교역과 관련해 단일시장에 남겨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경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상품이 오갈 때 새로운 규제 점검 절차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거주 이동의 자유와 관련해 어떤 방안이 논의 중인지는 불확실하다.
내각의 합의가 있더라도 메이 총리의 계획은 다시 의회의 벽을 통과해야 한다.
보수당과 연정을 구성한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DUP는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관세나 규제 장벽이 세워질 경우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북아일랜드는 본토와 함께 브렉시트를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DUP의 알린 포스터 대표는 "우리는 아일랜드 해(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섬 사이의 바다)에 관세 또는 규제 장벽이 세워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는 우리가 EU 규정을 받아들이기만 할 뿐 영국이 향후 맺을 무역협정에 참가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북아일랜드의 통상과 관련해 EU에 거부권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외무장관은 "총리실은 안전장치안을 협상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을 EU의 영원한 식민지로 만들 것"이라며 "우리는 EU가 허락하기 전까지 EU 법과 (유럽사법재판소의 결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영국과 EU가 아일랜드 국경과 관련해 다음주까지 합의에 이르면 이후 EU 탈퇴 협상 (관련 다른 쟁점)에 차례대로 합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11월 예정된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양측의 미래 무역관계 협정의 큰 윤곽에 관한 정치적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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