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선 끝날 때까지 날 찾아오지 말라"…아다지 후보 '홀로서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 페르난두 아다지 대선후보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좌파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룰라 전 대통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지만, 부패혐의로 수감돼 있다는 사실이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룰라의 꼭두각시'라는 우파진영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에 따라 아다지 후보의 대선 홍보물에서는 11일(현지시간)부터 룰라 전 대통령의 사진이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아다지 후보와 브라질공산당(PC do B)의 마누엘라 다빌라 부통령 후보의 사진만 등장한다.
노동자당을 상징하는 붉은색이 많이 줄었고, "아다지가 곧 룰라"라는 문구도 없어졌다. 중도진영의 표를 의식해 "브라질을 위해 단결하자"는 구호를 사용했다.
앞서 아다지 후보는 지난 7일 1차 투표가 끝나고 나서 남부 쿠리치바 시에 있는 연방경찰에 수감된 룰라 전 대통령을 면담하고 대선전략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더는 나를 찾아오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다지 후보의 대선 캠페인에 부담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당은 예비 각료 명단도 예정보다 앞당겨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과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인사들을 명단에 올려 지지 기반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에서 만날 극우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는 이미 10여 명의 예비 각료 명단을 공개하면서 기선잡기에 나선 상태다.
1차 투표 득표율은 보우소나루 후보 46.03%, 아다지 후보는 29.28%였다. 득표수는 보우소나루 4천920만 표, 아다지 3천130만 표로 1천790만 표 차이가 났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가 전날 발표한 지지율 조사 결과는 보우소나루 후보 49%, 아다지 후보 36%로 나왔다.
기권표와 무효표, 지지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을 제외한 유효득표율은 보우소나루 후보 58%, 아다지 후보 42%였다.
결선투표 캠페인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됐다. 12일부터 26일까지 TV·라디오 선거 방송이 계속되고, 28일 오전 8시∼오후 5시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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