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DB에 8촌 이내 친척 등록 2~3년 내 90%"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백인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유전자 추적을 통해 신원이 털릴 수 있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고됐다.
유전자 계보산업이 번창하면서 현재는 먼 친척인 8촌이라도 유전자 DB에 등록됐을 가능성이 60% 수준이지만 2~3년 이내에 90%까지 높아져 유전자만 있으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계보 웹사이트 '마이헤리티지(MyHeritage)'의 과학담당 최고 책임자(CSO) 야니브 얼리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DNA 샘플을 통해 8촌 이내의 친척을 찾아낼 수 있는 사례가 60%에 달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약 150만명이 등록된 마이헤리티지와 약 100만명의 자료를 가진 'GED매치'의 DB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런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대상 인구의 약 2% DB만 확보되면 거의 누구나 8촌 이내 친척의 유전자 자료가 등록돼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이런 유전자 계보 웹사이트에 유전자 자료를 등록한 미국인은 1천500만명에 달하며, 대부분이 유럽계 백인인 것으로 집계돼 있다.
얼리치 박사는 "사실상 누구나 8촌 이내의 친척이 유전자 DB에 등록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2~3년 내에 그런 일이 실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8촌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인 고조부가 같은 경우로 유전자가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난 4월 '골든스테이트 살인범'으로 불리던 미국 최악의 연쇄 살인·강간범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72)를 특정해 40여년만에 붙잡을 수 있었던 것도 GED매치에 올린 범인의 DNA 샘플이 이에 등록된 그의 8촌 친척의 유전자 자료와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 이런 유전자 계보 웹사이트를 통해 살인, 강간범이 잡힌 사례가 15건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유전자 프라이버시 연구원으로 일한 얼리치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는 유익하지만 일부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등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는 순간"이라고 했다.
개인의 유전자 자료에 대한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고 범죄 등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GED매치에 올려진 유전자 자료 중 일부는 프라이버시가 지켜져야 할 의료 데이터에서 뽑아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런 문제로 인해 유전자 계보 웹사이트 중 1천만명이 등록한 '앤세스트리(Ancestry)'와 500만명이 등록한 23앤드미(23andMe) 등은 마이헤리티지 등과는 달리 유전자 자료를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고있다.
얼리치 박사는 이와관련, 유전자 계보 웹사이트 측이 유전자 자료를 암호화해 관리하는 것이 개인자료 유출이나 범죄 악용 등을 예방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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