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필리핀, 미 중간 균형관계 맺고 이익 얻으려 해"
필리핀 정부 관계자 "중국 대체 생산지로 수출 5% 증가 효과"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필리핀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필리핀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필리핀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으며, 심화하는 미중간 긴장 속에서 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라는 파문을 던졌지만, 필리핀에는 오히려 밝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필리핀 정부 관계자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필리핀의 사회기반시설 지출이 늘어났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필리핀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 토대가 된다는 낙관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에르네스토 페르니아 필리핀 사회경제계획부 장관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은 필리핀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즉 무역전쟁의 여파로 필리핀이 중국을 대신하는 대체 생산지가 되고 공급망의 한 지점이 됨으로써 수출이 약 5%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페르니아 장관의 설명이다.
이미 중국에서 생산되던 전자부품과 컴퓨터 부품이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조짐을 보인다.
페르니아 장관은 필리핀의 올해 수출은 340억 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는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몇몇 공급망이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영구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필리핀의 관계에 정통한 한 필리핀 고위 관리도 SCMP에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이전하는 비중국계 외국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필리핀산 제품이 그만큼 더 싸졌다고 덧붙였다.
페르니아 장관과 벤자민 도이크노 예산장관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필리핀이 미중 무역분쟁에서 어느 나라의 편도 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SCMP는 전했다.
도이크노 장관은 "필리핀은 모든 나라와 친구이며, 어느 나라의 적도 아니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들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필리핀은 이번 주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공동으로 실시하는 해군 훈련에 참가하기로 했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의 국영기업인 파워차이나가 말라위시의 재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필리핀 관리들은 중국 국영기업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허용할 경우 '부채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일각의 경고도 일축하고 있다.
물론 필리핀 정부는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늘리기로 합의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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